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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뜐뜐 Sep 25. 2021

연애_00

프롤로그_5년 전, 첫 번째 편지



할 말이 있어 펜을 잡은 건 아니야. 말이 있다기보다는 마음이 있어서,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말 주변이 좋은 편은 아니라 펜을 빌려 전해 보려구. 글을 잘 쓰는 건 절대 아니지만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 편지지에 담으면 마음이 전해질까 해서. 펜을 잡고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도 참 오랜만이네. 이런 마음이 생기게 해 줘서 고마워.


마음에 두서가 없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오질 않아. 내가 예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건 앞뒤를 잴 수 없는 마음이라 진심이 통하려면 시간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마음이 전해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그 시간들이 헛되고 가치 없진 않을 거라 조심스레 말해볼게.


- 중략 -


출구 앞에 서서 두리번거리며 어디 계시냐고 물어보는 너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어. 순간 너무 떨려 발걸음이 떨어지지 못했어. 본래 용기가 없는 성격인데 떨림이라는 긴장감이 나를 휘몰아쳐 순간 정신이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어. 나도 모르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었는데, 웬걸. 너무 예쁘잖아. 길어 보이는 듯 단정한 머리 길이와 남색 상의에 긴 바지를 입은 듯했는데 신발은 편해 보이는 플랫슈즈를 신었어. 내심 다행이다 생각했거든. 혹시 힐을 신고 나오면 어쩌나 했지.


잔잔한 향수가 설레임이라는 향을 품어 더위를 뚫고 코 끝에 묻어 나갔고, 앞에서 웃고 있는 너는 황홀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어. 그리고는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건넸는데, 사실 그때부터는 기억이 잘 안나. 만약 어떤 시공간이 존재했다면, 그날 나는 그 시공에 빠져 돌아오는 출구를 찾지 못했던 거 같아. 사실 지금도 못 찾겠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 사랑한다는 마음을 풀어보려 했는데, 마음을 글로 풀어보려는 자체에 한계가 있는 건지, 아니면 이 좁은 편지지에 그 마음을 담기에는 내가 부족한 건지. 이유가 어쨌든 사랑해 예나야.


지금도 많이 보고 싶다.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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