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를 보고 작성한 에세이 입니다.
DK
*이 글에는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언제였더라 아마도 처음 일본 하이틴 영화를 처음 본 것이 [스윙 걸스]였던 것 같다.
시종일관 오바스러운 연기와 장면에 쉴 새 없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터질 듯한 상큼함과 풋풋함이 있고 미숙하지만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능동적으로 목표를 성취하는 결말은 익숙하지만 보는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맛이 있는 것이 일본 하이틴 영화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꽤 세월이 흘러 [썸머 필름을 타고!]를 감상했을 때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꽤나 나이가 든 내가, 나의 유년의 기억과 교차되는 재미는 이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새로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겁이 많았던 소년은 무엇도 하지 못했다.
그때 정체되었던 시간은 영원히 멈춘 것만 같았다.
용기가 없어서였을까.
패기가 없어서였을까.
금방 질리고 마는 성미 때문이었을까.
무엇이 되었건 성취의 기억이 없던 소년은 이제 청년을 지나고 있다.
용기는 겁이 나도 맞서 싸우는 것 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꼭 젊은 날에 성취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님 또한 아는 나이가 되었다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것이기에.
맨발(여자 주인공)은 같은 영화 동아리의 인싸 카린에게 투표에서 영화 제작 기회를 뺏긴다.
주눅 들어 영화 제작의 꿈을 묻고 절친들과 폐차를 개조한 아지트에서 사무라이 영화를 보며 수다를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던 중 의문의 소년 린타로(남자 주인공)를 만나 다시 영화 제작의 꿈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완성하고 미묘했던 카린과도 친해지게 되고(카린 무리와 맨발 무리가 친해지게 됨) 막바지에는 마지막 씬 재촬영 중 린타로에게 고백을 하게되는데 그 또한 그녀의 진정성에 영화가 소멸되는 미래 돌아가게 되면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맨발이 린타로를 통해 꿈을 실행하듯 린타로 또한 맨발을 통해 능동적인 목표를 가지게 된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누군가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정신적인 위안을 받는다.
[썸머 필름을 타고!] 속의 그들처럼 [쓸데(는)없는 씨네 클럽] 모임, [모퉁이 극장]에서 교차하는 여러 사람에게서 나는 위안을 받았다.
타란티노의 말처럼 "왜냐하면, 우리는 영화를 사랑하니까!"
이 영화가 [모퉁이 극장]에서 본 첫 영화다.
영화를 찾아서 과거로 여행을 떠난 린타로처럼 영화에 대한 갈증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게 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모퉁이 극장]과 함께 재밌는 여행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