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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정 Jan 16. 2021

자두 한 알에 담긴 우정

국군병원 조리원으로 근무하던 때.

올해는 날씨가 가물었던 탓인지 과일이 참 달다.

대충 골라서 사온 과일도 흐르는 물에 씻어서 한 입 베어 물면 그 달달한 과육이 입안에 가득하다.

엊그제 시장에서 한 바구니에 만원을 주고 사온 자두도 그랬다.

달큼한 자두를 먹는데 국군병원  환자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씨알이 굵은 자두 몇 알을 골라 놓았다가 이튿날 출근을 하는데 가지고 나섰다.

그런데 신호대기에 걸릴 때마다 한 알 씩 먹고 나니 달랑 두 개가 남았다.

그마저도 여러 사람이 있는데 그 친구에게만 자두를 건네줄 수 없어서 망설이다 보니

앞치마 호주머니에 든 자두 두 알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문득 저쪽 구석에서 일하고 있는, 엊그제 국군 대전병원으로 배치를 받고 온 이등병 둘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요즈음 군대가 많이 부드러워져서 얼차려나 지시, 혹은 선임이 후임을 길들이기 하는 식의 관습은 사라졌다. 

그래도 군대는 군대라서 엄연하게 계급이 있으니, 신참 이등병은 잔뜩 긴장이 든 모습으로 일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가만히 있어도 무더운 날씨인데  조리  하느라  열기까지  더해져서 조리실은 숨이 턱턱  막히도록  후끈거렸다.

 등짝이 흠뻑  젖도록  일하고 있는 그 이등병에게 내 주머니 속에 든 자두를 한 알씩 주고 싶었다.

내가 조심조심 다가가서 아직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이등병에게 호주머니 속에 든 자두 한 알을 꺼내 주면서

"별건 아닌데 자두가 아주 달아. 다른 사람 눈에 띄기 전에 얼른 먹어" 그랬더니 환하게 웃으며 냉큼 받아서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러더니 내가 말릴 사이도 없이 저만치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동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는 "이거 너 먹어!" 하면서 반쯤 남은 그 자두를 선뜻 내밀었다  

나는 뜻밖의 상황에 너무 놀라서

"여기 한 알 더 있으니까 그건 혼자 다 먹어도 돼." 그 말과 동시에 남아있던 자두 한 알을 꺼내서 맞은편에 있는 이등병에게 주었다

둘은 잠시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고 기특한지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이등병의 등을 토닥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 챙겨주고 아껴주고 도와주면서 군 생활하면 참 좋겠어"라고 말해 주었다.

문득 동기와 한 알의 자두를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한 그 이등병의 모습 위로 철원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내 아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내 아들 곁에도 한 알의 자두를 나누어 먹을 만큼의 따뜻한 동기가 있으면  좋겠다.

내  아들도  자두 한 알이라도 기꺼이 후임이나 동기에게 양보할 줄 아는 그런 온기 있는 선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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