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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Dec 07. 2020

14. 한 달에 한 번의 여행

  휴직을 하며 한 달에 한 번은 짧은 여행이라도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하려고 한다. 길어야 2박 3일의 일정이지만 저번 달은 부산, 이번 달은 속초를 다녀왔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가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단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여행인데, 꼭 하루는 숙소에 처박혀있게 된다. 그게 좋다. 생각도 정리하고, 그동안 못 보고 쌓아놨던 TV 프로그램도 보고, 글도 쓰고, 그냥 창밖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같은 나라이지만 평소 보지 못하던 풍경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신선하고 새로운 기분을 준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여행은 유홍준 작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문화유산을 골라 답사를 가는 여행이다. 아니면 지금처럼 어느 숙소에 처박혀서 글 쓰는 것만도 좋다. 그냥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행을 가면 의외로 가장 반가운 것은 익숙한 프랜차이즈 카페이다. 새로운 곳에서 마주치는 익숙한 것들은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내 스마트폰에 담긴 늘 듣던 노래 리스트. 그거면 딱 좋다.     

  내 카카오 프로필 사진은 몇 년 동안 기본 이미지였다. 내 일상을 자랑할 것도 없고 공유하고 싶지도 않고, 내 얼굴을 올리기도 싫었다. 누군가 알게 되는 게 싫었을까, 아니면 너무 내 삶에 자신이 없던 걸까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사진으로 업데이트하는 재미를 느끼며 산다. 특히 한 달에 한 번 떠나는 여행은 다채로운 배경을 선사해준다. 그 안에서 웃고 있는 나는 그동안의 나와 다르게 행복해 보인다. 늘 웃고 있다. 가끔 스치듯 찍히는 사진에도 웃음이 어려있다. 그래서 감사하다. 나에게 이런 휴직이란 여유가 주어진 것도, 여유롭진 않지만 언제든 국내 정도는 떠날 수 있게 해주는 통장 잔고도 고맙다. 또, 같이 떠나 줄 누군가가 있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감사함이 늘었다. 이렇게 매일 감사함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몇 년 전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때가 있었다. 물론 우울증 때문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도 든다. 어느 날은 모든 것이 감사하고 아름다워 보이다가도 어느 날은 세상이 너무도 절망스럽게 느껴진다. 그래도 살아있음은 거지 같지만 아름답다. 오늘 그렇게 느꼈으면 됐다. 그러면 더 바랄 게 없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그렇게 느끼는 날이 있어야 삶이 지속될 수 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그 마음을 다시 일깨워주고 싶어서. 잊지 말자고 다짐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다다름. 내일은 불행할지라도 오늘은 행복하자. 지금 이 순간은 잊지 말고 행복하자.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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