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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 himi Nov 10. 2020

"니 언제 고백할껀데?"-1

고백을 왜 해...?   [청소년기-에이로맨틱의 경우1]

*본문 속 은별은 제 별명인 '작은 별'로부터 따온 가명입니다.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가 나옵니다.


청소년기의 은별이. 본인이 퀴어라는 자각은 1도 없다. 병원이든 법원이든 회사든 장소 불문 사랑부터 하고 보는 드라마보단 주인공의 왼쪽 팔이 무기로 변하는 만화가 재밌었을 뿐이고, 웃통 까고 파워 댄스를 선보이는 아이돌은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을 뿐이다. "니네 어제 OO봄? 거기서 ~할 때 OO이 눈빛 변하는 거 봄? 미쳤지."라는 감상을 내놓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크로바틱... 나도 배우고 싶다...'라는 감상을 꿀꺽 삼켰지만, 원래 사람마다 취향 차이는 있는 법이니까!


다만 다들 연극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때로는 놀이처럼, 때로는 의무처럼 보였다. 그건 '모두가 이성을 좋아하는 흉내를 내면서 살고 있겠지, 나처럼. 인생 뭘까. 힘들다.'같은 고민으로 이어졌다. 갑자기 인생 타령은 좀 이상하지 않냐고? 기승전인간혐오로 이어지는 질풍노도의 시기였음을 감안해주길!


결국 나도 첫사랑(짝사랑)이란 걸 해보기로 했다. 나는 청소년이었고 교과서에는

청소년기란?

2차성징기
주변인
질풍노도의 시기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

라고 나와 있었으니까. 넵, 저는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교과서 위주로 했습니다. 짝사랑 시작하기로 했고, 그럼 누구를 좋아하지? 그간 자연스럽게 쌓아 온 레퍼런스에 따르면 남자애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짓궂은 장난을 치고 여자애는 앙큼상큼한 반응을 보였다. 아 그럼 김유정의 <동백꽃>의 점순이 같은 느낌으로?! 오키 접수. 마침 나한테 종종 장난을 치는 남자애가 있었으니 준비물 있고, 이제 실전이다.




점심시간 종이 쳤다. 급식 다 먹고 애들이랑 올라가는데, 누가 또 툭 치고 도망갔다.


"마! 아 잠만. 내가 애들이랑 있을 때 건드리지 말라 했제!"


기다렸다는 듯이 앙콤하게 소리 질렀다. 드릉드릉 복도를 질주하기 전에,

"죽는디!"라는 상콤한 마무리도 잊지 않았다.


2층에서 3층으로, 3층에서 다시 2층, 1층으로. 망아지처럼 달리다가 드디어 그 녀석 조끼를 잡아챘다. 어, 뭐라고 해야 되더라. 아.


"니V내가V하지V말라고V했나V안했나V"


문장 속 띄어쓰기 대신 V에는 장단에 맞게 등짝을 후려갈겼다.





"니 언제 고백할껀데?"-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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