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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 himi Nov 11. 2020

"니 언제 고백할껀데?"-2

고백을 왜 해...?   [청소년기-에이로맨틱의 경우1]

*본문 속 은별은 제 별명인 '작은 별'로부터 따온 가명입니다.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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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첫사랑을 시작해야지!'하고 마음먹은 것부터가 살짝 글러먹은 거였는지도 모른다. 저 사람을 좋아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고 좋아하는 게 가능하다면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는 것도 가능했겠지. 그럼에도, 나는 걔가 좋긴 했다. 그 당시 나는 여자애니까 여자애들이랑 친구를 하고,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걸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쟤랑 뛰어노는 게 훨씬 즐거웠는걸.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청소년 은별이는 그저 뛰어노는 것에 설렜는지도 모르겠다만, 건강한 건 좋은 거니까 좋은 게 좋은 걸로 치자.




허탈하게 끝난 658번째 뜀박질을 뒤로하고 교실로 향했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다만 다음번에는 좀 더 오래오래 열심히 놀 수 있기를 바랐다.


"왔나. 금마는 맨날 처맞을 거면서 뭐가 그래 좋다고 니한테만 난리고."

"니가 금마 좋아하는 건 아나?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나?"

"야 그래. 니 금마 좋아한다이가. 니 언제 고백할껀데? 우리가 도와주까?"


디용.

아 그렇구나. 짝사랑의 끝은 고백이었다. 레퍼런스 수집을 할 거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는 교훈을 획득했다.




고백을 해서 만에 하나라도 사귀는 사이가 된다면 손 잡고 눈 마주 보며 좋아한다고 말하고, 실제로 좋아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 얘는... 얘는 그런 거 할 애 아니라고! 내 소중한 친군데... 그렇다. 나는 걔랑 완전 찐한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걔를 좋아해서 즐거웠다. 가끔 걔랑 있었던 즐거운 일들(이라고 해봤자 뛰어 댕긴 것 밖에 없지만)을 떠올리며 설렜고, 주말이 빨리 지나가서 걔를 만나고 싶었다. 더 나아가 굳이 걔가 먼저 장난치면 짜증 내는 것 말고, 좀 더 많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즐거운 것들을 하고 싶었다.


왐마야!


이걸 스퀴시(Squish)라고 부른다. 저 사람과 짱짱짱친이 되고 싶다는 느낌. 그리고 작은 은별이가 착각한 것은 크러시(Crush)다. 저 사람과 사귀고 싶다는 느낌으로, 에이로맨틱(aromantic)은 크러시를 느끼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에이로맨틱은 물론 크러시와 스퀴시의 존재조차 몰랐던 은별이는 '남녀 사이에 친구 없다!'는 유교적 가르침 덕분에 스퀴시를 크러시로 알아먹은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짱짱짱친이랑 데이트하고 손잡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이상하니까 혼란스러웠던 거고.


결국 은별이는 걔랑 치고받고 애정 어린 쌈박질이나 하며 자연스럽게 고백을 미뤘다.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었던 고백은 중학교 졸업과 함께 없는 일이 되었고. 그때 섣부르게 할 뻔한 고백 대신, 조금 늦었지만 너의 청소년기 일부분을 나에게 빌려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너한테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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