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입니다.
애초에 책 한 권을 위해 만든 출판사라, 거창한 목표도 없고 대단한 브랜드 스토리도 없다. 책을 구상하다 보니 재미있겠다,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내려놓지 않겠다고 결정한 셈이라. 이거 쌩 양아치 아냐? 맞다.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내 캐릭터성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자꾸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정신 차려보면 여기에도 내가 들어가고, 저기에도 내가 끼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글도 쓰고, 기획도 하고, 편집도 하고, 제작도 하고, 홍보도 하는데, 일을 벌이면 벌일수록 뭔가 이상한데? 싶어졌다. 당연히 이상하지. 나는 출판사지 작가나 디자이너나 편집자나 마케팅 담당이 아니니까. 물론 1인 출판이라는 게 그걸 혼자 다 한다는 소리이긴 하지만, 자기 색깔 죽이고 기획에 녹아들어가는 것과 자꾸만 나라는 개인이 뿅뿅 튀어나오는 건 차이가 있지 않을까.
출판사를 굴려가는 데에 작가와의 협업은 필수다. 내가 모든 책에 들어갔다간 지루한 자가 복제만 이루어질 거 아닌가. 하지만 나도 직접 쓰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기에, 그냥 둘 다 하기로 했다. 아니 나 혼자 굴리는 출판사인데 내가 글 좀 쓸 수도 있지! 아무도 시비 걸지 않았지만 괜히 찔려 되레 큰소리 내본다.
그렇게 해서 골자를 잡은 무엇이든 만드는 힘의 출판 라인은 크게 세 가지.
힘낸 ㅣ 힘뺀 ㅣ 힘쓴 시리즈가 그것이다.
힘낸 시리즈는 우리 출판사의 메인 출간 라인이다. 참신한 기획을 바탕으로 독립 서적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 목표다. 힘뺀 시리즈는 말 그대로 힘을 뺀 책이다. 기획과 원고에서 최대한 나, 그러니까 '힘'을 빼고, 제작과정에서는 내 어깨에 들어간 힘도 좀 빼고. 시각 작업물 위주의 작고 얇은 책, 잡지와 문고본의 사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힘쓴 시리즈는 내가 쓰는 책이다. 가장 첫 타자로 <타먼더화(가제)>가 나올 것이다. 굳이 시리즈라고 말하는 이유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하.
하여 기획서를 쓰고 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기획서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결재하고 혼 낼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뭐가 그리 무서운지 주절주절 도피성 글부터 쓰고 있는 꼴 좀 보라지. 아 내 꼴을 볼 사람도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