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사장은 오늘도 알바합니다.
다들 알다시피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로 거의 모든 업종에서 떨어진 수익은 그대로 오를 줄 모른다. 내가 일하는 곳도 마찬가지. 여기서는 아기자기한 소품을 판매하는데, 가끔 손님 수보다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 수가 더 많을 때도 있다.
그래서 실은 멍때리다가 출판사 기획을 고민한다. 이게 마냥 월급루팡질은 아니다. 노트 펼쳐놓고 펜을 잡았다 하면 마법같이 손님이 오시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안 그래도 머리 쓰기 싫었는데 잘 됐다 싶어 펜을 던지고 손님을 맞는다. 80센티 너비의 매대를 사이에 두고, 아래를 바라보며 분주히 물건들과 첫인사를 나누는 손님과 곁눈질로 손님을 응시하며 괜시리 딴 데를 바라보는 나의 즉흥 무언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모든 판매 성공은 기본적으로 기분이 좋다. 사장님한테도 잘 된 일이고 나도 눈치가 덜 보이니까. 그런데 때로 더 기분 좋은 판매가 성사될 때가 있다. 자리에 없는 친구를 위해 고르는 선물일 때가 그중 하나다.
우리 매장에서는 가방, 머리핀, 파우치, 목걸이, 노트, 책갈피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잡화를 판매하는데, 모든 잡화에 작가님이 직접 그린 동물 얼굴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귀엽다. 귀여워서 아이들도 좋아하고, 마음속에 아직 말랑한 부분이 남아있는 어른들도 좋아한다. 그리고 간혹 아이도 말랑한 어른도 아닌 손님이 있다. 말랑한 어른의 친구인 경우다. 이럴 땐 조금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왜냐면
"저 이게 나을까요 이게 나을까요?"
하며 내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도 나름대로 신중하게 답을 드렸지만 그 후로도 손님은 한참 동안 얘로 할까 쟤로 할까 아니면 쟤네 두 개로 할까를 고민하다, 작은 가방을 구매하기로 결정하셨다. 다행이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작은 문구류를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손님은 이번에는 짧게 고민하고 메모패드를 선택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그 그림이었다.
"저 혹시 볼펜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바로 편지를 쓰면 좋을 것 같아서..."
손님 등장과 함께 저리 던져두었던 볼펜과 함께 안쪽 조그만 의자를 권했다. 볼펜 꺼내놔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