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추으추
허울뿐인 출판사의 대표이자 유일한 직원인 나는 프로 백수다. 직장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닌데, 잠깐씩 취업을 했다가 저마다의 이유로 도망쳤다. 가장 최근 도망이 올여름 중국으로부터니까, 이유 한 가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으시리라.
도망친 김에 작년부터 생각만 하고 있던 책을 만들어보자 싶었다. 달랑 책 한 권 내려고 출판사까지 차린다고?! 모두가 말릴 짓이지만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일 벌이는 거고, 제일 못 하는 게 가만히 있는 거라 그저 운명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 최선을 다해 기획하고, 친분을 이용한 열정 페이로 작가님을 착취한 후, 인쇄 가능 최소 단위(라고 쓰고 나에게는 너무 과분한 수량이라고 읽는다)를 맞춰 책을 세상에 내보냈다! 그래서 지금 뭐하냐고? 알바한다.
여기 있는 동안 노래가 10개밖에 없는 트랙이 여덟 번은 족히 돌았으니까, 아마 자려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이 요상한 노래가 머릿속을 떠다니겠지. 앞으로 여덟 번 정도 더 돌아야 할 테니. 가게가 입점한 건물은 무슨 속셈인지 아직 난방 가동을 안 해주기 때문에, 나는 열선 하나만 가동되는 작은 발난로에 의지해 출입문을 활짝 열고 멍하게 앉아있어야 한다. 문을 아무리 활짝 열어 두어도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는 예비 고객님들과 묘한 눈치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이건 아주 난이도 높은 일이다.
아 손님 들어오신다! 엇 그냥 가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