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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므강 Aug 09. 2023

못된 생각 2 (The thinking of bad)

소녀 망토

망토네 아빠도 결국
죽어버렸다네

망토는 4년 전 그날의 날씨를 생생히 기억한다. 그날 거리의 우산들은 빗줄기가 버거웠다. 세차게 떨어지는 물방울에 우산들이 나풀거린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사람도 차도 우왕좌왕하며 온 거리가 혼비백산하다. 하지만 망토의 아빠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바이크를 타며 온몸으로 폭우를 맞아도 눈하나 깜짝 않았다. 헬멧을 쓰지 않아 머리를 타고 얼굴로 물줄기가 쏟아지지만 아무렇지 않게 바이크 운전에만 매진하고 있었다. 퍼붓는 빗속에서 그의 바이크는 달려야 했다. 오늘의 목표 할당 치를 채우기 위해 망토 아빠의 배달 바이크는 뇌우를 뚫고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무사히 전달해야만 했다. 승용차로도 운전하기 힘들 정도가 되자 다른 배달 기사들도 하나, 둘 바이크를 멈추고 폭우가 지나가길 기다리 시작했다. 예보에 없던 갑작스러운 폭풍우가 쏟아지자 배달 음식점들은 비상이었다. 배달 주문은 밀려 들어오는데 비 때문에 정작 배달할 기사들이 없는 것이다. 망토 아빠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음식점들의 몰려드는 배달요청을 쓸어 담았다. 한꺼번에 대여섯 군데의 가게에 들러 음식을 받아 배달하기를 반복하며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물에 허겁지겁 노를 저어댔다.


어느새 해가 뜨고 빗줄기가 멎었다. 그날 망토의 아빠는 평소 벌이보다 세 배는 번 듯했다. 구름까지 걷히자 쨍쨍한 햇빛이 빗줄기를 대신해 내렸다. 망토 아빠는 한숨 돌리며 담배도 태울 겸 도로 한편에 바이크를 세웠다.


'위이잉!'


반대편에서 순찰차 한 대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중앙선을 넘어와 망토 아빠의 바이크 뒤에 따라섰다. 건장한 체격의 경찰관 한 명이 모자를 눌러쓰며 운전석에서 내렸다. 보조석에는 잠이 든 건 지 눈을 감고 있는 나이 든 경찰관 한 명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수고하십니다. 실례지만 안전모 미착용하시고 운행하셨네요. 면허증 제시해 주세요."

"아이고! 경찰관님 노고가 많으십니다. 헬멧 꼭 써야죠. 잘 압니다. 예. 근데 제가 평소에 헬멧을 쓰고 다니는데 진짜 오늘만 깜빡했지 뭡니까. 정말 잘 쓰고 다니는데 이번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봐주는게 어딨습니까. 면허증 주세요."

"제발. 오늘 제 하나밖에 없는 딸 생일입니다. 이제 다섯 살짜리 어린것이 생일날 집에 혼자 있는데 케익이라도 먹이려고 개차반 같은 날씨에도 무리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근데 오늘 이렇게 단속되면 말짱 꽝입니다. 후, 어떻게 안될까요."


흠뻑 젖은 생쥐 꼴인 망토 아빠가 면허증을 쥔 손을 벌벌 떨며 간곡히 부탁하자 경찰관이 한 숨을 푹 쉬었다. 망토 아빠는 잽싸게 지갑에서 딸 망토의 사진을 꺼내보였다.


"얘가 제 딸입니다. 엄청 귀엽죠! 다섯 살인데 아비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효녑니다. 효녀. 허허."


경찰관은 간 망토를 두르고 개구진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딸 사진과 면허증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강력하게 계도만 할게요. 봐드리는 게 아니라 경고조치 하는 겁니다. 꼭 케이크 사들고 가셔서 따님하고 좋은 시간 보내시고요."

"아이고,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헬멧 꼭 챙겨 쓰고 다니겠습니다!"


경찰관은 은은한 미소를 며 모자를 벗고 순찰차의 운전석 문을 열었다.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나이 든 경찰관이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


"봐줬냐?"

"에이, 봐주다니요. 계도 조치인거죠. 위험하게 운전한 것도 아닌데 무리하게 단속해서 뭐 합니까. 게다가 오늘 딸이 생일이래요."

"단속 안되려고 있지도 않은 아들, 딸이나 돌아가신 노인네 파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 줄 알아? 아직 어설프네 그런 거에 넘어가주고."

"아, 그런가요?"


운전석의 건장한 경찰관은 대충 흘겨 들으며 순찰차를 운전했다. 보조석의 나이 든 경찰관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우리가 왜 단속하는 줄 알아? 특히 안전모 미착용 같은 별거 아닌 거처럼 보이는 거에 매달리는 이유말이야."

"그냥 업무니까, 법규라서, 아님 실적 때문인가요?"

"우리가 저런 거 다 봐주고 다니면 안전모 쓰고 다니는 사람 없다. 걸려도 어차피 봐줄 테지 하고. 그러다 그 사람들 사고라도 나봐. 바이크 사고는 나면 크게 난다. 안전모 없으면 작은 사고라도 결과가 처참해."

"아, 그렇죠. 저도 아무나 봐주지 않아요."


운전석의 경찰관은 또 한 번 형식적인 대답으로 그의 잔소리를 넘겼다. 보조석에 앉은 경찰관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잠시 후 순찰차의 무전으로 한 통의 지령이 떨어졌다.


"삐빅, 교통사고건. 바이크 대 덤프트럭. 바이크 운전자가 덤프트럭에 깔렸다는......"


순찰차는 황급히 머리를 돌려 방금 지나온 곳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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