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우 Oct 23. 2022

학교에서 일하는 즐거움

나는 교행직 공무원이다. 교행 직렬을 선택한 것은 퇴근시간이 이른 장점 때문이다. 공무원을 제2의 직업으로 선택한 첫 번째 이유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장점과 아이를 키우기에 시간 사용이 자유롭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직렬선택에는 많은 고민이 없었다. 교행직 공무원은 주로 학교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퇴근 시간이 빠른 것 말고도 꽤 많은 장점이 있다.


가장 좋은 것은 급식이다. 매일 뭐 먹을지 고민 없이 탄단지 영양이 균형 잡힌 맛있는 밥을 회사에서 주니 정말 너무 기쁘다. 남이 해주기만 해도 너무 다 맛있는 엄마들인데, 심지어 영양까지 완벽하고 맛있는 밥을 매일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처음 출근하던 날에 급식 메뉴가 쌀국수였는데 많이 불어서 맛이 없어서 충격을 받고 코로나여서 아크릴 투명 가림막이 쳐진 급식실에서 모르는 일학년 아이와 마주 보고 밥을 먹어야 해서 또 충격을 받았었다. 전쟁 같은 급식시간이었다. 하지만 금세 급식실 풍경에 익숙해졌고, 쌀국수 이후로 먹는 밥은 매일매일 맛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가 하면 급식은 조금 먹으면 배가 금방 꺼질 것 같다는 생각에 늘 듬뿍 담아서 먹다가 결국 다 먹고 나면 약간 속이 거북 해지는 상황이다. 앞에 앉은 짝꿍 어린이와는 밥 먹다 눈이 마주치면 싱긋 웃어주며 내적 친밀감을 쌓고 있다. 어린이는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며 웃어주지 않는다. 


두 번째 좋은 점은 일하는 곳에 아이들이 있는 점 그 자체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의 소리로 가득한 곳에 일하는 것이 참 기분이 좋다. 조잘조잘 떠들며 지나가는 소리, 운동장에서 들리는 와아 하는 함성, 간혹 마주치면 예의 바르고 밝게 인사하는 아이들 다 참 너무 예쁘다. 일하는 내내 울리는 학교종 소리도 정겹다. 체육시간에 경기를 하면 아이들이 열심히 응원을 하는데, 아직도 오 필승코리아 노래에 가사를 붙여 응원을 한다. 오 1반 화이팅!! 그 소리도 참 재밌고 정겹다. 사기업에서 일할 때는 내가 열심히 일해서 결국 배 불리는 것은 한 개인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일이 보람차다는 생각을 한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일이라 그 자체로 보람차고 기쁘다. 내가 열심히 일 한만큼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더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이 기분 좋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다. 


나이 많은 신입으로 들어가서 환영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첫 발령지에서 좋은 동료들을 만나 많이 배려받으며 일을 배우고 함께 일하고 있다. 물론 걱정이 많이 되겠지만, 공무원 조직은 2년에 한 번씩 순환을 하여 근무하기 때문에 사람의 들고 남이 잦은 직장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새로운 사람에 대해서 더 열려있는 곳이다. 나이가 많은 신입이라고 해서 다른 눈으로 보거나 안 좋게 보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처음 일하게 된 것에 대한 배려를 많이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다른 일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들어오는 사람도 많은 직장이어서 나이 많은 신입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또는 시험 준비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런 걱정 때문에 망설여질 수 있다. 나도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많이 걱정했었다. 하지만 정말 생각보다 나이에는 열려있는 곳이니 큰 걱정은 접어두고 시험에 전념해도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쓸모없는 경험은 없음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