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난 뒤 새로운 제2 또는 제3의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택하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럴 거면 애초에 공무원 시험을 봐서 일하고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가 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공무원 시험을 보기로 결심하기 전 사기업에서 10년간 일을 했다. 첫 회사를 선택할 때부터 장기근속하는 여성 직원이 많은 회사인 점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을 했고, 나도 그들처럼 오래 회사를 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만 3개월을 쓰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 일하며 힘들게 10년을 버텼는데 결국 다 포기하고 나와야 하는 순간에는 사실 속이 많이 상했다. 이렇게 결국 그만두게 될 거였다면 아이가 어렸을 때 남의 손 빌려가며 그렇게 힘들게 버틸 필요가 있었나 하는 후회였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도 포기하고, 아이가 아프거나 할 때마다 전전긍긍하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버텼던 6년의 시간이 아깝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실전에서 일을 해보니 그렇게 버텨냈던 시간이 다 쓸모없이 사라져 간 경험은 아니었구나를 알게 됐다. 아주 간단하게는 일하는 공간에서 사용하는 복사기, 스캐너, 팩스기의 사용법에 익숙한 것도 해봤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일을 해보지 않은 정말 생 신입 사원이었다면 전화를 걸고 받는 일도 아주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자료를 일하기 쉬운 방법으로 정리하는 방법, 이메일을 주고받는 방법 등 10년 간 회사에 다니며 실전에서 익힌 일하는 기술은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공무원 첫 시작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것이 바로 중고 신입의 장점!
회사일뿐 아니라 아이를 양육했던 경험으로 우리는 또 몇 단계는 성숙하고 성장했다. 사람에 대해 좀 더 넓은 시야와 이해심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고 이것은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일하는 엄마로 아이의 유아기 시절을 보낸 것도 장점이 분명한 일이었다. 같이 있는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최선을 다해서 아이에게 집중하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함께 하는 시간의 양이 부족한 만큼 함께 하는 순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보낼 수 있었다. 회사일과 양육을 함께 해내는 일은 체력적으로 꽤 힘든 일이지만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는 집에 와서 아이의 방긋 웃는 해사한 얼굴을 보며 잊을 수 있었고 집에서 힘들었던 일은 회사에서 마시는 모닝커피와 어른들과의 수다로 풀어낼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오히려 지치지 않게 사회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내가 먼 길을 돌고 돌아 와야 할 곳에 너무 늦게 도착한 것 같고, 내가 했던 모든 경험들이 결국 다 무용지물이 된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작은 경험 하나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음을. 내가 돌고 돌아온 그 길 위에서 겪은 모든 일들과 모든 사람들이 다 내 안에 남아 나를 더 노련하고 유연하고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음을 기억하자. 우리는 더 잘 해낼 수 있는 자격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