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좋아하는 족발집에서 친구들과 족발에 막국수를 잔뜩 먹고 아파트 단지에 앉아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곧잘 한기를 느끼는 나는 그날도 몸이 으슬하네 했었다. 앉아서 이야기 하는데 눈이 조금 욱씬거리기도 했고. 그 다음날 부터 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의 체기는 눈의 통증으로 시작한다. 마흔앓이를 하며 시작된 나의 체함 증상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학습되어 눈이 아프기 시작하다 머리로 통증이 옮아가면 아! 체했구나 깨닫게 된다. 아프다고 웅크리고 누워있으면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걸 알기에 대충 위아래 옷을 찾아입고 아파트 단지를 걷기 위해 나간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소화가 좀 되니까. 그렇게 힘든 몸을 끌고 빙빙 돌다 들어왔지만 몸은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졌다. 일요일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 월요일 아침이 되어도 컨디션이 나아지지 않았다. 내내 먹지 못하고 잠을 잤는데 허기도 느껴지지 않았고 몸에 힘은 하나도 없었다.
월요일에는 오래전에 예약해 둔 아이의 병원 검진 스케줄이 있었고 미룰 수 없는 스케줄이어서 남편이 운전하는 차에 실려 누워서 왔다 갔다 했다.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도 힘들어서 계단이 있는 곳에 나가서 웅크리고 있었다. 몇달 전에 예약해둔 병원이라 의사 선생님께 물어볼 것도 많았는데 진찰실에 앉아있는 것이 힘들어 마지막엔 도망치듯 나왔다. 좀처럼 컨디션이 나아지지 않아 내과에 들러서 수액을 맞고 집에와서 시름시름 한숨 또 자고 나니 그제야 겨우 컨디션이 나아졌다.
그렇게 화요일에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들고 출근하고 수요일이 되었다. 아직 컨디션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머리도 어질어질하다. 그 와중에 화요일에는 잊고있던 허기와 식욕이 돌어와 근무지에서 먹는 급식이 너무나 맛있었다. 신나게 먹고 소화가 안될까 불안하기는 했지만 쌈무에 싸서 먹는 훈제오리가 너무 맛있었다. 아직까지 이어지는 빙글빙글한 기분이 힘들다. 빨리 컨디션이 제자리로 돌아왔음 좋겠네.
40살 이후 너무나 자주 체하는 나. 이번 가을 한가지 다짐을 더 해봅니다. 추울 땐 뭘 먹고 밖에 오래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