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택배 기사님이 아파트 단지에 배달 온 택배들을 경비실 앞에 호수별로 나누어 놓아두고 있었다. 우리 집에 온 택배가 있나 살펴보니 아이스박스까지 3개가 와 있었다. 저걸 다 어찌 들고 가나 걱정하며 아이스박스는 빼고 위에 상자 두 개만 먼저 들어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옮겼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갈까 말까 고민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택배 기사님이 아이스박스를 들어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옮겨주시고는 무심히 뒤돌아 가셨다. 아이스박스 위에 상자 두 개를 착착 올려 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그 배려와 세심함에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이 들어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와 서울로 전시회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다. 퇴근 시간 무렵의 지하철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여서 20분 정도 서서 갈 생각으로 출입문 옆의 봉 옆에 서서 엄마 잘 잡고 있으라고 하고 서 있었다. 아이가 엄마의 허리를 감싸 안고 헤헤 웃고 있는데, 앉아 계시던 여자분이 아이 앉으라고 일어서서 자리를 양보해 주신다. 웃는 얼굴로 그렇게 자리를 양보하고 일어나시는데 그 맘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피곤한 몸과 마음이 따뜻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 그림책에는 은혜 갚은 두꺼비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훈이가 풀숲에서 두꺼비를 구해줬더니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들어줄 수 없고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사소한 소원만 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훈이는 얼마 전 싸운 짝꿍과 화해하게 해달라고하지만 사소한 소원이 아니라고 거절당한다. 훈이가 싫어하는 수업 시간을 좋아하는 시간으로 바꿔 달라고 했지만, 그것도 거절당한다. 두꺼비가 결국 들어준 훈이의 소원은 짝꿍에게 빌려줄 지우개가 ‘짠’하고 나타나게 해 준 것이었다. 그 사소한 지우개로 훈이는 짝꿍에게 용기를 내 다가갈 수 있었고 화해도 할 수 있었다.
이 그림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친구와 화해하는 일이나 수업 시간을 잘 지키기 같은 질서를 존중하는 일이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우개를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은 친구에게 지우개를 내밀어 빌려주는 일이 사소하지만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꽁꽁 언 친구의 마음도 녹일 수 있었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낼 수 있었다.
인생은 어쩌면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작은 친절, 따뜻한 눈빛 한 번, 수줍게 건네는 친절한 손길이 모여 인생을 조금은 더 살만하게 만든다. 이런 생활 속의 사소하지만 따뜻한 친절을 경험하며 자라는 아이들은 또 그런 따뜻함을 주위에 전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그래서 사소한 친절은 사소하지 않다.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따뜻한 온기가 될 것이고 그 온기는 여기저기 퍼져나가 세상을 조금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