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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나 Sep 16. 2021

36개월, 세돌이 나에게 좀 더 특별한 이유.

우리 3년 동안 잘 성장했다.

어느덧 36개월, 얼마 전 태어난 지 세돌을 맞는 아이 생일이었다. 나에겐 꾀나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다. 나도 엄마가 된 지 3년 차. 출산해서 지금까지 정신없이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어느새 아이는 만으로 꽉 찬 4세가 되었다. 이제야 내가 한 업적이 눈에 들어왔다.


첫돌 , 아이 생일날보다는 엄마 고생하는 날이라고 할 만큼  처음 맡는 아이 돌잔치에 아이 돌상 준비하랴, 사람들 초대하고 대접하랴, 그 와중에 아이 보랴 조금은 덜 회복된 내 몸 같지 않은 몸상태로 사람들 축하 속에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두 돌 땐 , 첫돌에 비하면 여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두 돌이라고  떡과 아이가 좋아할 만한 맞춤 케이크까지 차려놓고 나름 섭섭지 않게 열과 성을 다 했었다.


드디어 찾아온 세돌.

그간 뭔가 쉴 새 없이 달려온 듯했지만 이번 아이 생일은 왠지 모르게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이젠 아이도 어느 정도 컸고, 내 몸도 완전히 회복되고, 전과 달리 몸과 마음 , 그리고 정신이 한결 가볍다. 이제는 특별한 생일 상이 아니어도 괜찮고, 멋진 케이크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가족끼리 둘러앉아 아이가 좋아하는 생일 선물에 케이크 초 한번 후~ 부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그리고 그렇게만 해도 엄마 마음이 이젠 편안했다.


"그동안 건강히 잘 자라줘서 고마워.

엄마도 네가 커가는 만큼 '엄마'라는 직업이 이젠 3년 차구나... 점점 연차가 쌓이면서 더 능숙해지겠지? 엄마도 그간 새 일에 적응하느라 쉽지 않았단다. 나름 최선을 다 한다고 했는데 시행착오도 있었고, 실수도 있었고, 아마 부족함이 많았을 거야.


사실 이 직업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단다. 혼자 밤새 눈물로 지새운 날도 많았거든. 엄마도 받아만 봤지 누군가를 키우는 것도, 나를 내려놓고 온전한 희생을 하는 것도 참 쉽지 않았거든...  어느 날은 엄마 자신이 없어진 것 같아서 너무 불안하기도 했어. 무엇보다 모든 것이 너처럼 다 처음이었어. 그래서 더 힘들었단다.


그렇다고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니야.  덕분에 엄마도 날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감사함도 깊이 깨닫고 세상에 대한 지혜도 얻었어. 엄마가 어릴 땐 나 혼자 스스로 컸는 줄 알았거든. 근데 그게 아니었어. 그건 완전히 나만의 착각이었어. 엄마 아빠는 나를 키우기 위해 내가 기억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일들과 고생을 하셨어. 그들은 그들의 삶과 시간을 내려놓고 오롯이 나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하셨던 거야. 그것도 아무 조건도 없이 말이야. 이건 비밀인데 네가 엄마한테 와주지 않았다면 엄마는 절대로 깨닫지 못했을 사실들이야. 엄마도 네가 커가는 만큼 많이 배우고 있단다.


내 곁에서 영영 못 떨어질 것 같던 껌딱지가, 늘 아기일 것만 같았던 네가, 요즘 울지도 않고 어린이집도 즐겁게 잘 다녀주는 걸 볼 때마다 얼마나 놀랍고 대견한지 모른다.


엄마가 늘 바라듯 우리 앞으로도 같이 성장해 나가 보자. 생일 축하해. 우리 3년 동안 잘 성장했다.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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