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나 Oct 23. 2021

달 밝은 밤

엄마의 충천할 시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면서 그동안 육아맘에게 있을 수 없는 자유시간이 생겼다면 아이는  몇 주 걸려 감기를 달고 산다. 바이러스와 자유를 맞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이번엔 또 무슨 바이러스인지 요즘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걸렸다. 그놈의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왜 항상 있는 것인지 이번엔 독한 놈이 걸린 탓에 주말 내내 아이는 고열로 고생했다.  며칠 뒤 다행히 열은 잡히고 기침과 콧물이 심해 아직은 가정보육 중이다.


미운 4세+컨디션 저조=짜증 극강.

만만한 게 엄마지 낮에 책을 읽어 달라기에 아이와 같이 앉아 책을 보는데 나도 몰려오는 피곤함에 깜빡 졸고 말았다. 별안간 나에게 날라 온건 스매싱, 작지만 야물진 손바닥으로 힘껏 내 가슴팍을 후려갈긴다. 그녀는 감히 내가 책을 읽는데 네가 잠을 자냐이다. 꾸벅꾸벅 졸다 몇 대를 맞았는지 모르겠다. 나중엔 얼굴까지... 화가 나서 잠이 깼다.


오늘은 내가 그녀의 엄마인지 주인 모시는 하녀인지. 이유모를 짜증에 생떼에 '참을 인' 여러 번 썼다.


체력 좀 키워보겠다고 그나마 결제해 놓은 운동 덕분에 늦은 밤 잠시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집 밖으로 나왔다. 좀 차다 싶은 바깥공기는  마치 나의 상태를 알고 정화라도 시키려는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걷다 보니 육아하며 쌓였던 감정 피로도 눈 녹듯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운동 후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마주한 밤하늘. 달이 참으로 밝았다. 그래 이렇게 엄마는 충전할 시간이 필요했었다. 모든 걸 잊고 잠시 달빛 속에 머물러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36개월, 세돌이 나에게 좀 더 특별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