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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Aug 09. 2022

스노우 데이 Snow Day

어제 비가 많이 와서 여기저기 물난리가 난 소식들을 접하며 참 걱정이 많았는데, 새벽에 알람 소리가 났다. 


Public Safety Alert
행정 및 공공기관은 8월 9일 출근 시간을 11시 이후로 조정토록 조치하였고,
민간기관 단체는 상황에 맞게 출근 시간을 조정토록 요청하였습니다.  


이 알람에 대해 낮에 아이들과 이야기했는데, 아들이 “뭐야, 스노우 데이인가?” 하는 것이다. 


Snow Day!

겨울에 가끔 폭설이 내리는 덴버에서는 “스노우 데이”라는 것이 있었다. 매 겨울마다 하루나 이틀 정도는 눈이 많이 내려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생겼다. 아이들은 이렇게 눈이 많이 와서 학교를 하루 쉬게 되는 날을 스노우 데이라고 불렀고, 만약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침에 아이들에게 오늘 스노우 데이라고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에 환호했다. 그리고 안전한 집안에서 하루 놀면서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미국에서는 날씨 예보에 굉장히 민감했다. 특히 덴버는 겨울에 눈이 오는 것 때문에 그랬고, 가끔은 주먹만 한 우박이 내리기도 했으며, 토네이도가 있는 날도 있었다. 물론 땅덩어리가 넓어서 우박이 내리는 것도 그렇고 비가 내리는 것도 그렇고 국지적으로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 지역에 우박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면 꼭 그 지역에 있지 않다 하더라도 그 근방에 있는 경우, 어찌 될지 모르니 경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차를 가지고 다니는 가운데 우박의 피해를 입으면 아무리 수리를 한다고 해도 중고로 팔 때의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상 날씨가 어떤지 확인하는 것이 아침에 일어나면 맨 처음 체크하는 루틴이다. 

교육구는 날씨 예보에 따라 미리 하루 전에, 혹은 눈이 내리는 상황을 보아가며 학교를 하루 휴교할지, 아니면 1시간 혹은 2시간 늦게 학교를 시작할지를 정하게 된다.  만약 휴교를 하거나 ‘딜레이’ 시작을 한다고 결정이 나면 새벽 4-5시경에 학부모들에게 문자로, 전화로, 그리고 이메일로 연락을 한다. 그리고 지역 방송에서는 새벽부터 아침 내내 계속 어디 교육구 학교들은 휴교이고, 어디 교육구 학교들은 지연 등교라는 소식을 반복적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공공기관, 도서관, 병원 등의 공공시설 오픈 시간 혹은 오픈 여부를 알려준다. 하단 자막으로도 계속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알린다. 대중교통 어느 어느 라인이 폐쇄되었는지, 어느 라인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도 귀에 박히도록 반복해 알린다. 워낙 다들 날씨에 민감해서 미리미리 대처하는 데 익숙했다.   

만약, 학교가 지연 등교를 하게 되면 이에 따라 미국인 부모들의 회사 출근도 딜레이 출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많은 미국인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등교시간이 가장 빠르고 중학교, 고등학교 등교시간은 초등학교 등교시간 30분 뒤이다. 이는 운전면허를 가진 고등학생 형이 동생을 데려다주고 자신의 학교에 등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커버해야 하는 스쿨버스 운영 시간과도 연관이 있다. 따라서 자녀의 등교 시간 지연은 부모와 그 가족들의 그날 스케줄이 모두 줄줄이 미뤄지는 거라고 보면 된다. 워낙 오랜 시간 동안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일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할지 결정이 나면 일사불란하게 학교와 방송이 안내를 한다. 그래서 어쩌다 한 번 스노우 데이가 되어서 혹은 스노우 데이가 되지 않아서의 불만은 생겨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은 없었다. 


어제 새벽 알람을 오늘 아침에 곱씹어보며 만약 지금이 방학이 아니라면 어떻게 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모든 불안한 대응과는 대조적으로 오늘처럼 새벽에 알람을 울리며 학교도 행정 및 공공기관에 따라 지연 등교했을 것인지, 아니면 하루 휴교했을지 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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