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학교 행사 참여와 자원봉사
Prom은 고등학교 졸업 댄스파티인데, 애들 학교는 고등학교 11학년 학생들부터 Prom에 갈 수 있었다. 아이들은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 입고 공원이나 스튜디오 같은 촬영 장소에서 같이 사진을 찍은 후에 근사하게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난 후 Prom 파티 장소로 이동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미국 드라마에서 보면 주로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가 커플이 되어 프롬 파티에 가는 것을 많이 봤을 텐데 요즘에는 친구들끼리도 그룹을 만들어 프롬 파티에 많이 간다고 했고, 실제 우리 아이들도 그랬다. 프롬 파티는 밤 12시경이 되면 끝난다. 그 이후 아이들은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새벽 3시경까지 After Prom Party를 한다.
학교는 학기 초마다 학부모 자원봉사나 물품 후원을 부탁하는 사인 업 사이트 링크 - Signupgenius.com에 학부모 자원봉사 혹은 물품 후원을 위해 만들어진 신청 사이트 - 를 보냈다. 프롬과 애프터 프롬 파티에 사용될 기부금을 모금하고, 테이블보, 물, 음료수, 쿠키, 기프트 카드, 각종 일회용품 등등의 물품 후원을 부탁했다. 사인 업 사이트에는 필요한 물품이 개수와 함께 리스트로 만들어져 있고, 후원을 하고 싶다면 이 리스트 중에 하나를 골라 클릭하면 되었다. 학생의 이름이 아닌 부모 이름으로 후원하는 것이기에, 내가 기부 못해 아이가 피해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은 넣어두어도 된다.
나는 프롬 파티의 봉사자를 구한다는 이메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학부모가 프롬 파티에 갈 수 있다니 상상 못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것을 보고 반색했다. 왜냐하면 프롬 파티가 어떤지 너무너무 궁금해서였다. 그래서 프롬 자원봉사를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학부모 자원봉사로 참여할까 생각한다는 이 한마디에 아들은 손사래를 치며 절대 오지 말라고 했기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나 때문에 친구들과 잘 놀지 못할까 봐 가지 않았지만 대신 다녀와서 자세히 얘기해달라고 했다.
학교는 행사 때마다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공립학교라서 더더욱 그런 듯했는데, 이 학교 학부모들은 어찌나 적극적인지, 자원봉사는 못하지만 뭐라도 보낼까 싶어 사인 업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시간이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도 기부 물품 후원이 모두 완료되었다는 표시를 심심치 않게 발견하곤 했다. 프롬뿐만 아니라, Teacher’s Day에 선생님들께 식사 대접을 하기도 했고, Power Week에 활발한 기부금 모금 활동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원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사들은 대부분 학교의 학부모 그룹인 PTCO(Parent-Teacher-Child Organization)에서 주관했는데, 그들은 1년에 6번 정도 모임을 가지고, 학교장과의 미팅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며, 학교 위클리 뉴스 발행도 하는 등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을 했다. 하지만 학부모회가 아닌 다른 부모들도 행사 때마다 가능하면 자원봉사 또는 기부를 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학교 봉사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만약 아이가 스포츠나 마칭 밴드 활동이라도 하게 되면 그들의 학부모회는 또 따로 있었다. 한국에서만 학생회, 녹색 어머니회 등등이 있는 줄 알았더니 여기도 마찬가지로 학부모들의 지원이 필수 요소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모든 부모들이 다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인은 아이들을 자립적으로 독립적으로 키우는 줄로만 알았던 내게는 꽤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2019년, 애들 학교는 한 스포츠센터의 실내 놀이 공원을 빌려 애프터 프롬 파티를 열었다. 여러 가지 게임 코너를 만들어 놓고, 그 코너들을 자원봉사 학부모들이 맡아 운영했다. 아이들은 게임 참가 코인을 내고 게임에서 이기면 기프트 카드 등을 받았다고 한다. 재밌게 새벽까지 놀다 들어온 아들을 내내 걱정한 것은 엄마의 쓸데없는 노파심이었던 것 같다. 물론 어떤 학생들은 누구의 집에 모여 프라이빗하게 애프터 프롬 파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친구 누구의 집에서 파티를 한다고 부모에게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