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친구와 특별한 자연의 소리 체험을 하고 싶다?
나에게 죽녹원은 특별한 소리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살랑거리는 바람결 따라 대나무 잎들이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들.
사각사각거리며 내 귀에 앉게 된 소리들은 대나무 숲의 푸른 청량함과 함께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좋은 곳으로 남게 되었다.
https://www.juknokwon.go.kr/index.juknok#
그런데 데자뷔처럼 콜로라도에서 또 다른 의미의 자연의 소리로 귀가 즐거웠던 적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마룬벨 아스펜들이 살랑거리는 소리였다. 노란 잎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단체로 이파리들의 소리 하모니를 내었는데 그때 바람에 들린 죽녹원 대나무 잎 소리가 생각났다.
여행을 할 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아마도 날씨가 아닌 듯싶다.
죽녹원에 갈 때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좋겠다.
그때, 대나무가 내는 소리에 폭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죽녹원에는 한옥카페도 있고, 한옥 숙박도 있으니 외국인 친구와 함께 방문하기 더욱 좋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이상하게 한옥이나 고궁의 선이 더 아름답게 보이고, 한 번이라도 더 가고 싶다. 어릴 적 멋모르고 외국의 것을 더 높이 칭송하고 미화했었던 때는 정말 멋을 몰랐던 것, 이제야 온전하게 문화를 향유할 줄 알 게 된 것 같으니 참 '나'라는 사람은 느리게 성장하는 듯하다. 이제는 어느 나라든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더욱 돋보이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야 조금 성숙하게 된 것인가.
들어가는 길, 외국인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굿 아이디어 쓰레기통을 만났다.
대나무를 활용해 만든 멋스러운 쓰레기통, 그것도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통으로 분류되어 있는 쓰레기통들.
게다가 그 옆에 서 있는 가로등도 아이디어가 깜찍하구나.
2014년, 미국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앞 집 아저씨한테 물어봤었다. 그 아저씨 얼버무리듯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그냥 다 한꺼번에 버린다고 해서 놀랐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재활용 쓰레기통이 따로 있었고,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도 따로 있었다. 그 아저씨가 그냥 그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었던 것. 다행히 얼마 후, 그 아저씨는 이사 나갔는데, 그때 우리나라가 얼마나 철저히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지 다시금 깨달았었었다.
외국인 친구와 같이 간다면 이 쓰레기통들 보여주며 우리의 재활용 자부심을 보여주자.
죽녹원을 산책하며 죽순이 어떻게 대나무로 자라나는지 볼 수 있다.
똑바로 위로 뻗어 자라는 대나무들, 대나무는 중국 액션 영화에서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항상 동양적인 배경으로 사용된다.
편안히 누워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명당을 찾았다. 이 쉼터에는 대나무 숲을 바라보며 누울 수 있는 썬베드 형식의 의자가 있다. 대나무 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때 맞춰 바람이 사라락 불어와야 한다. 가기 전 날씨 신에게 기도하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조용히 서서 귀 기울여 보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나무 숲을 감상하며 잠시 소리에 신경을 모아보자. 가을이 되면 노랗게 변하는 아스펜 잎들은 바람의 세기에 따라 샤라라 락 살랑살랑 촤르르르 하는 소리가 난다. 이에 비해 초록초록 죽녹원 대나무 잎들은 사각사각 사사사사 츠스스스스, 이파리가 길쭉해서 그런지 좀 더 뾰족한 느낌이다. 노랑 아스펜 잎들은 멀리서 보면 골드 코인처럼 생겨 바람이 불면 황금빛 잎들이 햇빛에 반짝거린다. 초록 대나무 잎들은 좀 더 묵직한 느낌으로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혀 소리를 내며 햇빛에 쨍 빛난다.
<TIP>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가기 전에 혹은 다녀와서 봄날은 간다 영화를 같이 보는 건 어떨까? 넷플릭스에 <One Fine Spring Day>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