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범한
4.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자면, 나는 누구보다도 튀고 싶은 아이였다.
그랬던 바램과는 다르게 무언가를 잘해서 눈에 띄지도, 못해서 눈에 띄지도 않는 그저 그런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머리가 조금 굳고 난 후 엄마에게 나의 이런 고충을 털어놓은 때면, 엄마는 늘 나에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그런 말을 해주던 엄마의 주변에는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들과 새로운 사연들이 가득했다.
엄마는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도서관 사서로 일을 하셨다.
내가 하교를 하고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즈음이면, 아빠가 퇴근을 해서 도서관에 도착할 때 즈음이 되었고, 엄마가 퇴근을 할 때가 되었다. 그럼 우리 가족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도서관 앞에 있던 커다란 나무 앞에 모여, 산책을 하듯 집까지 함께 걸어갔다. 이건 나 혼자서 도서관을 찾아갈 수 있을 때부터,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쭉 이어져왔던 우리 집만의 긴 전통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엄마가 최근에 겪은 무용담과, 읽고 있는 책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엄마는 그 30분 남짓한 긴 시간에 자신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을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야기가 있는 엄마가 부러웠다. 내 삶은 커다란 이야기 없이 흘러가는 삶이었으니까.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 물론 도전은 늘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내가 누구보다도 평범함에 걸쳐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되었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