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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Jan 05. 2022

생각이 많아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철학의 출발점이 되는 명제를 제시했다. 신으로부터 출발한 중세 철학과 달리 '생각하는 나, 인간의 의식'을 전면에 내놓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생각하는 능력은 뇌의 가장 바깥 부분인 대뇌피질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사람에게서 가장 큰 발달을 보인다. 인간이 사유하지 않았다면 만물의 영장이 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창조하는 능력, 글을 쓰는 것도 인간이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생각이 많아 글이 안 써져요"

"생각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글을 못 쓰겠어요"

역설적이게도 글쓰기 어려운 이유가 생각이 많아서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보다 정확하게는 생각이 많아서가 아니라 생각이 정리되지 않거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할 수 있다.  

글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도구이다. 하다못해 짧은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도 상대방에게 의미 전달이 잘 되도록 써야 하는데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글은 글쓴이의 생각 정리가 되지 않으면 두서없고 의미 없는 글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생각이 너무 많거나 생각 정리가 안 되는 사람은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2000년에 개봉한 <파인딩 포레스터>라는 영화가 있다. 작가인 윌리엄 포레스터는 우연히 만난 빈민가 흑인 청년 자말에게서 놀라운 문학 재능을 발견하고 가르침을 주는데 자말이 어느 순간 글을 못 쓰게 된다. 이때 포레스터가 말한다. 

 생각 금지. 생각은 나중에 떠오르는 법이다. 처음엔 그냥 가슴으로 쓰고 다음에 머리로 고쳐 써라.
글을 쓰는 첫 번째 열쇠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이 글인데 생각을 금지한다니! 수영 선수에게 물속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글쓰기 해법이 있다. 수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몸에 힘을 다 빼고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 물의 감각을 먼저 익히고 최소한의 힘으로 필요한 동작만 하면 된다. 글을 쓸 때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은 물에 뜨기 위해 몸에 힘을 다 빼는 것과 같다. 잘 쓰려 애쓰고 좀 더 멋있고 있어 보이는 문구를 찾는 행위가 온몸에 힘이 들어가 물속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것이다. 


생각이 많아 글쓰기를 머뭇거리는 사람은 일단 끝까지 쭉 써야 한다. 포레스터의 조언처럼 가슴으로 쓰고 머리로 퇴고한다. 생각은 글을 쓸 때가 아니라 퇴고할 때 필요하다. 일단 물 위에 뜨고 나서 수영 기법을 생각해서 움직이듯이 글을 완성할 때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문법이 맞는지 어휘는 적절한지 글의 구조는 적합한지 판단을 하면서 고치면 된다.  

20년 넘게 운동을 해 온 나는 요즘엔 하루에 두시간 이상 운동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 저하를 실감하고 건강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된다. 그런데 운동을 무척 하기 싫을 때가 종종 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집 밖을 나서기조차 싫다. 그럴 땐 일단 운동복을 갈아 입고 운동 용품이 들어 있는 가방을 챙긴다. 그리고 문을 나선다.  


운동하기 싫을 때 짐을 챙기고 문을 나서는 행위가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운동을 너무 하기 싫었는데 헬스장이나 운동 센터에 가면 희한하게도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다. 장소가 주는 에너지가 느껴진달까? 운동하는 사람들 속에서 생각 없이 한두 시간은 거뜬히 운동을 하고 언제 하기 싫었냐는 듯 집에 가기가 싫어진다. 


마찬가지로 일단 PC를 켜고 집중이 잘 되는 피아노 음악을 틀고 빈 화면을 켜면 신기하게도 글이 써진다. 글쓰기 환경에 들어가면 언제 글쓰기 싫었냐는 듯 열심히 쓰게 된다. 한 줄만 써야지! 하는 심정으로 시작하면 어느덧 마무리를 짓고 있다. 20년 넘게 해온 운동도 하기 싫은데 하물며 겨우 2년밖에 안된 글쓰기가 수월할 리 있겠는가?! 세계적인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도 글쓰기가 싫어서 3시간을 미룬다고 한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30분 동안 글을 쓰자' 생각하고 앉아서 글을 쓰면 10시간을 내리 쓴다고 한다. 


생각이 많아 글쓰기를 주저하는 여러분도 일단 한 줄만 써보자. 매일 30분 또는 10분만이라도 글을 쓰자.


       


**글쓰기가 어렵고 두려운 분들은 새글캠과 함께 해요^^

https://blog.naver.com/frigia0/222605913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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