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내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연달아 두 번째 책을 쓰기 시작했고 초보 작가로서 1년에 두 권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냈다. 이제 진짜 작가 같다는 생각이 들자 어느 순간, 작가라면 매일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쓴 글에 만족을 못했고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2년 차 병아리 작가다.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오늘도 세어 보니 1년 9개월 째 접어들었다. 얼마나 됐는지 자꾸 세어 보는 건 벌써 2년이 되어 가는구나! 하는 자기만족과 언제쯤 병아리 딱지를 뗄 수 있을지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유난히 글 쓰기가 싫은 날이 있다. 오늘 새벽이 그렇다. 머리는 무거운데 잠은 오지 않고 창작이 잘 나올 것 같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 차라리 더 아프거나 피곤하면 그 핑계로 눕기라도 하겠지만 어중간한 상황에서는 무조건 글을 완성해야 한다. 한 번의 너그러움이 도미노처럼 게으름과 슬럼프를 선물한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랴.
오늘만 쉬자! 하고 제쳐 버리면 작은 틈 하나로 바람이 새는 풍선처럼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정말 할 수 없을 경우에만 예외를 두어야 한다. 요 며칠 외부 강의와 여러 가지 일로 헬스장에 안 갔더니 어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았다. 운동을 매일 할 때는 그렇지 않은데 한 번 빠지면 신기하게도 운동하러 가는 게 싫고 힘들어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그럼 언제 쉴 수 있을까? 내가 정한 날은 명절이나 여행처럼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 때다. 이 때는 각 잡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메모장에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감을 모은다. 단어나 문장 몇 개만 적으면 되니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쉬는 게 아니지만 일상에서 벗어났다고 글에서 아예 손을 놔버리면 집에 돌아왔을 때 몇 배는 더 힘들어진다. 매일 글 쓴다고 말하기도 찔린다. 하지만 이 작업도 글쓰기라고 간주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당당하게 '매일' 글을 쓴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짧게나마 글 쓰는 삶을 살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외롭고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과도 같다. 글은 긴 시간 온전히 혼자서 창작해내야 하는 작업이다. 눈에 띌 정도로 필력이 단번에 좋아지지도 않고 쓰면 쓸수록 잘 쓰고 싶은 욕심도 함께 자란다. 수영을 겨우 1~2년 해보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어지는 심정이랄까. 또한 글쓰기 초보나 병아리 작가의 글은 사람들에게 잘 소비되지 않는다.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건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외롭고도 긴 싸움에 비유할 수 있다.
나는 이 싸움에서 이기려는 생각이 없다. 잘 써지는 날에도 오늘처럼 안 써지는 날에도 그냥 쓸 뿐이다. 나의 전략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오랫동안' 쓰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혼자만의 이 시간이 전혀 외롭지 않고 오히려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글을 완성했더니 기분이 좋아 무겁던 머리가 가벼워지고 두통도 사라졌다. 종일 놀아도 마음이 편안하다. 이러니실력이 늘지 않거나 많이 읽히지 않아도 매일 글을 쓸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