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새벽 몰입 글쓰기 캠프 신청서에 적어야 하는 필수 항목이다.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묻는다. 답을 보면 이 사람이 글을 어느 정도 쓰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기도 하다. 참가자 대부분은 글을 써본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글 쓰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참여하는데 가장 많은 답은 시작부터 막막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첫 책을 쓸 때 각 목차의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빈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기 일쑤였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백색 화면의 공포를 겪어봤을 것이다. 스스로 만들었으나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다. 많은 사람이 이 지점에서 발길을 돌려 글쓰기와 담을 쌓고 사는데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일단 첫 문장을 써내는 것이다. 첫 문장을 쉽게 쓸 수 있는 다섯가지 방법을 보고 따라 써보자. 머지않아 마지막 문장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첫째, 첫 문장은 짧게 쓴다. 처음 시작하는 문장은 짧고 간결한 것이 좋다. 시작부터 길거나 복잡하게 느껴지면 읽는 사람이 부담을 느낀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말을 빙빙 돌리거나 뜸을 들이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듯이 글도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강렬한 것이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문장이 짧아야 한다.
최근에 내가 쓴 글들의 첫 문장을 예로 들어 보겠다. 짧은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오고 쓰기도 쉽다.
나는 맨 앞자리를 선호한다 (글 제목: 두뇌유형, 나를 따르라 '리더의 뇌')
꼬르르르륵 (글 제목: 배고픔과 가벼움 사이)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글 제목: 주제가 있는 삶)
중3 큰아들은 내 아킬레스 건이다 (글 제목: 네가 옳다)
(각 글의 전문은 다른 브런치 글 참고)
둘째, 대화로 시작하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내가 꽤 자주 쓰는 방법이다. 에피소드는 자신이 겪은 일이나 다른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 책이나 TV에서 본 이야기도 있다. 에피소드는 대화체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생생하게 재연할 수 있고 독자의 머릿속에도 장면이 상상된다. 평소에 쓰는 대화로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글은 이해하기 쉽고 공감도 잘 된다.
남의 에피소드로 시작되었으면 내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것이 좋다. 내 글에는 나의 느낌과 생각이 들어가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느낀 점이나 정리된 것을 관련된 내 사례를 넣어 마무리 짓는다. 아래 글을 참고로 하자.
https://brunch.co.kr/@brilife78/180
셋째, 핵심 메시지나 결론으로 시작한다. 중요한 것을 꽁꽁 숨겨놓고 마지막에 보여주는 글이 있고 처음부터 다 드러낸 글이 있다. 글의 장르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첫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말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에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로 시작하면 나머지 문장들은 결론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아래 글이 좋은 예시이다.
https://brunch.co.kr/@brilife78/134
넷째, 질문으로 시작한다. 글쓰기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글쓴이에게 해결책이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을 하는 형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글쓰기의 좋은 점을 쓰려고 한다면 "글쓰기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면 된다. Q & A 형식의 글은 명확한 구조로 구성되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이 된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썼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왜,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쓰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데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작가님은 글을 왜 쓰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답하는 형식이다. 이 글도 글의 시작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그 답으로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 예시 글도 함께 참고하자.
https://changeuschool.tistory.com/13
다섯째, 명언이나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한다. 모든 문장이 내 머릿속에서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의 에피소드로 글을 시작하듯이 누군가 했던 명언이나 책에서 본 좋은 문구가 있으면 인용하며 시작한다. 첫 문장이 유명한 사람의 명언으로 시작하면 강렬하고 메시지 전달도 잘 된다. 사자성어나 속담으로 시작하는 것도 일종의 인용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라는 속담으로 시작한 아래 글을 참고하자.
http://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9179
매일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운동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운동하러 집 밖을 나가는 것이다. 가면 운동을 하게 되고 첫 동작을 시작하면 끝내기 싫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 걷기를 할 때도 나가기 싫어서 그렇지 일단 나가서 걷기 시작하면 몇 천보는 돌고 오게 된다. 마찬가지로 글을 쓸 때도 일단 pc를 켜고 첫 문장만 쓰면 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글쓰기만큼은 시작이 반 이상이다. 일단 시작하면 신기하리만치 손이 움직이고 머리가 굴러간다. 글쓰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 떠오르고 스스로 놀랄만한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한다. 가끔은 '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이런 문장을 쓰다니!' 라며 감탄도 한다. 글 쓰는 게 정말 어렵다면 '글을 한편 써야지'가 아니라 '문장 하나를 써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 마지막 문장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써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