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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Dec 28. 2021

글은 재능이 있어야만 잘 쓸수 있을까?

학창 시절, 소위 말해 엄친딸이었다. 그 증거로 엄마가 모아 놓은 수십 장의 상장이 있다. 성적 우수상을 비롯하여 각종 경시대회 수상, 모범상, 그리기 대회 상장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유일하게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글쓰기 관련 상장이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얼마 전 상장을 다시 보니 실감이 났다. 어쩌면 가장 재능이 없는 분야가 글쓰기인데 글을 쓰는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심지어 평생 글을 쓰고 싶어 한다는 게 신통방통하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가수가 되고 그림을 잘 그려야 화가가 되듯이 작가는 글을 잘 쓰는 사람,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내게 글쓰기 재능은 없다고 단정 지었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글을 꾸준히 써본 적도 없었기에 어쩌면 당연했으리라. 재능이라고는 없는 내가 어떻게 글을 쓰고 책을 쓰고 칼럼을 쓰는 일을 하게 되었을까? 다시 말하면, 글은 재능이 있어야만 잘 쓸 수 있는 것일까?  

정답을 미리 말하자면, 실용적인 글에 한해서 '아니오'다. 문학 장르는 재능이 필요하다. 무라카미 하루끼 역시 소설가로서 필요한 자질 세 가지 중에 첫 번째가 재능이라고 했다. 그리고 집중력과 지속력이 필요한데 재능이 부족해도 두세 번째가 뒷받침되면 언젠가는 재능이 빛을 발한다고 했다. 시나 소설 등 문학 장르를 쓰려면 재능이 필요하지만 시간과 노력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비문학 장르, 즉 실용적인 글을 쓰려면 재능이 없어도 시간과 노력만 있으면 된다. 재능이 없으나 포기하지 않고 긴 시간 노력한 장본인이 바로 나다. 수개월 동안 책 쓰기에 집중해서 책을 발간했고 매일 새벽에 글을 쓴 지 1년 반쯤 지났을 때 언론사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2년 여가 지난 지금은 잡지, 사보 등에도 칼럼을 쓰고 있다. 소설가나 시인이 되려고 하지 않은 이상 누구나 글을 쓰는 사람,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재능이 없는 사람은 글쓰기에 얼마나 시간을 쏟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될까? 정해진 답은 없지만 매일 한 줄이라도 쓰고 수개월에서 수년은 글쓰기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 전쟁까지 벌여야 하는 이유는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에게 글쓰기란 어렵고 두려운 일이며 웬만해서는 필요성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다른 일들에 치여 매일 글을 쓸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시작조차 어려운데 하물며 꾸준히 지속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글 쓰는 일이 나무에 꽃을 피우는 일과 같다고 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와닿은 표현이다. 예전에 썼던 글 중에 '나의 꽃은 아직 피지 않았을 뿐이다.'는 문장이 떠오른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꽃을 피우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신경 써서 벌레를 잡고 물과 영양분을 더 많이, 오랜 시간 보충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능이 없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누구나 꽃을 피울 수 있다. 

 

내 꽃은 아직 작고 화려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언젠가 꽃이 피어날 거라고 확신하며 될 때까지 노력해서 나만의 꽃을 피워냈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재능이 없어도 된다는 걸 알고 글을 썼더라면 좀 더 쉬웠을 터다. 그저 오랜 시간 노력했더니 나만의 글이 써지고 다른 사람에게 글쓰기 강의를 할 정도가 되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지만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다. 방법을 알고 있어도 실천하는 사람 역시 희귀하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 꽃을 피우는 일은 더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이 글은 <새글캠:새벽 몰입 글쓰기 캠프> 강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매일 혼자서 글쓰기 어려운 분은 함께 해요^^

https://blog.naver.com/frigia0/222605913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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