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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May 21. 2022

예술(음악, 글쓰기) 하는 사람은 정말 배가 고플까?


왜 음악을 하려고 해? 너무 힘들고 배고픈 길이야!

고1 큰아들이 음악 작곡을 진로로 선택했을 때 우리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 천재가 아니었고 음악 아니면 죽을 것 같은 열정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다는 옥생각까지 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녀석 같으니라고!


모범생의 삶을 살아온 우리는 너무도 다른 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성실함의 표본같은 모범생 부모와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한 자유로운 아들은 시도때도 없이 충돌했다. "그 정도로는 턱도 없어. 뭐해 먹고 살 건데?" 너무도 현실적인,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포장된 꼰대의 충조평판에 아들은 시르죽어 있었다. 우리 부부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얻길 바라는 쌍팔년도 마인드를 끝내 놓지 못한 거다.


목마르면 우물을 파겠지라는 심정으로 지켜보기를 몇 달, 아들은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해 독학으로 컴퓨터 작곡을 시작했다. 정확한 명칭은 MIDI(Music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작곡. 필요한 장비를 사달라고 했지만 용돈을 모아 사라며 지켜보기만 했다. 정말 하고 싶은지, 잠깐의 바람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수시로 작곡을 해서 '엄마 이것 좀 들어보세요' 하는 녀석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육청과 학교의 진로설명회에 참여해 보니 입시를 위해서는 내신과 수능, 실기, 생활 기록부 등 토끼를 서너 마리나 잡아야 하는 현실이었다. 예체능도 입시지옥을 벗어날 수 없구나! 본격적으로 입시 학원을 알아보고 몇 군데 상담을 받은 결과, 미디 작곡은 여타 실용음악과 달리 공부는 포기하고 음악만 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학교 공부가 싫고 음악만 하고 싶다는 아들에게 딱 맞는 진로였다. 피아노가 필수라는데 아들은 피아노를 잘 치고 좋아한다. 아, 이건 운명이다!


게다가 사람이 없어서 난리라는 미디 작곡의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믹싱만 해도 먹고사는데 문제없다는 말에 아들을 키우며 얻은 17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부만 하는 모범생과 콘텐츠 창작자 중 누가 더 경쟁력이 있을까? 자식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다는 데에, 스스로 진로를 찾아냈다는 데에 전율이 일었다. 허울뿐인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부모에 굴하지 않은 아들에게 고마울 지경이다. 이쯤에서 우리 부부는 이 말을 들어 마땅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꼰대 같으니라고!


예술: 미적(美的)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네이버 국어사전)


흔히 예술 하는 사람은 배가 고플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언젠가 들은 10년 동안 라면만 먹고 노래 불렀다는 가수 하현우 이야기에 예술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관념이 한층 두터워졌다. 고등학교 시절 그림인지 사진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잘 그렸다던 남편의 동창 이야기도 한몫했다. 성인이 되어 만난 그는 미술 학원에서 강사를 한다며 먹고살기 힘들다고 했단다.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공부가 가장 편한 길이야. 암 그렇고말고, 안유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 하는 사람은 배고프지 않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지만 창조력만큼은 대체 불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AI가 작곡하고 글을 쓰고 노래까지 부른다는데 결국 인간의 창조물을 바탕으로 빅 데이터 학습을 하기 때문에 예술을 비롯한 창작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콘텐츠 생산자가 살아남는 시대다.


나 역시도 창작을 하는 사람이다. 글을 쓰고 강의 콘텐츠를 생산해 먹고 산다. 나는 배가 고픈가? 미래가 암울한가? 그렇지 않다. 책과 전자책의 인세,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 구독료와 칼럼 원고료, 글쓰기 강의와 책쓰기 코칭비까지 여기저기서 배불릴 돈이 들어온다.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는 마음, 영혼까지 채워주는 활동이다.


앞으로 콘텐츠가 쌓이고 나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수입이 몇 배로 늘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글만 쓰고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아들아, 너는 작곡하고 엄마는 글 쓰며 우리 오래오래 예술 하자꾸나!



*브런치에는 일상글 위주로 쓰고 두뇌계발/자기계발, 글쓰기/책쓰기 콘텐츠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 [체인지U 스쿨] 에 쓰고 있습니다

http://naver.me/GuG69B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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