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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Jan 02. 2022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

2022년 새해가 밝았다. 백 호랑이 띠인 둘째를 낳은 지 어느덧 12년이 지났다. 더 어릴 땐 호랑이띠가 무섭다며 싫다던 둘째는 자신의 해가 왔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새해 첫날인 어제, 마음은 열두 살인데 한 살 더 먹었다며 한숨짓는 아이 덕분에 메마른 내 표정에도 웃음 한 자락이 걸렸다. 엄마 마음은 스무 살인데 벌써 마흔다섯 살이나 먹었다, 인마!


12년 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시작되었다. 둘째를 계획해서 가졌는데 느닷없는 쌍둥이에 아들이라 첫째까지 더해 아들만 셋! 하지만 29주 만에 조산을 했고 삶과의 사투를 벌이던 막내는 엄마 품에 안겨 보지도 못한 채 홀연히 저 세상으로 떠났다. 하늘은 무심하게도 내게 충분히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으니, 둘째에게 장애가 생겨 온 힘을 아이의 재활 치료에 쏟아야 했다. 내 존재 가치는 장애아를 책임지는 엄마 역할에만 국한되었다. 아이를 꽃 피우기 위해 10년 동안이나 거름을 자처한 셈이다. 그렇게 나라는 사람은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둘째를 계획했을 당시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러는 사이 30대 초반이던 나는 40대 초반이 되었고 더 늦기 전에 내 꽃을 피워보기로 했다. 꿈꾸던 것 중에 가장 힘들 것 같지만 간절했던 한 가지, 작가가 되는 것! 10년 넘게 품고 있으면서도 감히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던 꿈이다.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조차 없는데 무슨 책을 쓰겠다고? 내세울만한 게 있어야 책을 쓰지! 다른 무엇도 아닌 내 안의 방해물들이 발목을 잡았다. 그토록 비겁하고 자신감이 없는 줄은 미처 몰랐다. 역시 사람은 큰 시련과 도전 앞에서 껍데기를 벗고 진짜 모습인 알맹이가 드러나나 보다.    


자존감이 바닥인 상태라 시작하기가 가장 어려웠는데 큰 용기와 결단, 거금까지 들여 일단 책 쓰기 아카데미에 등록을 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 간의 한을 풀기라도 하려는 듯 미친 듯이 몰입해서 5개월도 안되어 첫 책을 출간했다.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되었지만 현실은 엄중 설한이 따로 없었다. 말이 작가이지 백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첫 번째 책이 발간된 2020년 가을까지만 해도 코로나 사태가 곧 끝날 줄 알았다. 그럼 나는 책을 쓴 작가로서 전국으로 강의를 다닐 거라는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지금껏 그래 왔듯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강의 의뢰는 가뭄에 콩 나듯 들어왔고 책은 초반에 반짝 팔리더니 먼지를 뒤집어쓴 채 창고 신세가 되었다.


작가가 되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서 더 괴로웠다. 이러려고 그 고생을 한 게 아닌데. 하지만 나는 또다시 무모한 도전을 했다. 곧바로 두 번째 책을 이어서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밖에 없는 사람처럼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다. 나의 지식과 경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사례도 추가하고 싶어서 온라인 프로젝트를 무료로 시작했다. 단 한 달로 끝내려고 했던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는 유료로 전환한 뒤 1년간 지속되었고 온라인 수익화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작가가 되어 전국으로 강연하러 다니는 계획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편안하게 온라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마주한다. 매일 새벽 눈곱도 떼지 않은 채 글을 썼을 뿐인데 불현듯 신문사에 기고하는 칼럼니스트가 되었고 잡지에도 정규 칼럼을 쓰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유튜브 촬영과 칼럼 의뢰가 들어오고 이틀 뒤에는 신문사와 인터뷰도 예정되어 있다. 불과 1년 8개월 전만 해도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눈 떠보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고.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눈 떠보니 남일로만 여겼던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있었다. 컴퓨터와 전화기로 하루에 4~5시간 일을 하고 나면 한 달 생활비가 넘는 돈이 들어온다. 좋아하는 글쓰기와 강의, 상담을 하니 전혀 일 같지가 않아서 스트레스도 없다. 언제든 휴양지로 떠나 일을 할 수도 있다. 책을 쓸 때 계획했던 것보다 더 멋진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말았다.    


영화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실패했다고 주저앉지만 않으면 계획보다 더 근사한 일들이 일어난다. 이 글조차도 처음 계획과는 다른 내용으로 흘러가고 결론 나고 있다.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영화보다 끝을 알 수 없는 영화가 더 긴장감 있고 재미있는 법이다. 시나리오대로 되지는 않지만 내가 주인공이자 연출가인 인생 영화가 올 한 해는 어떻게 스토리가 이어질지 기대된다.

  



  저와 함께 새벽에 글쓰며 성장하실 분은 새글캠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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