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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Dec 31. 2021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며

TIGER OR CAT

하루하루 손꼽으면서 늦춰보려 해도 재빠르게 오고 마는 한 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 일 년 전 오늘을 또렷이 기억한다. 저녁 식사 후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유기농 잎녹차를 마셨다.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 다짐을 기약하는 우리 가족 연례행사다. 감미새. 감사한 일, 미안한 일, 새로운 다짐을 한 사람씩 이야기한다. 따뜻한 찻잔을 손에 쥔 채 말을 이어가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자 마음도 따뜻함과 감동으로 젖어 들어갔다. 차와 한 해 마지막 날, 허심탄회한 대화라는 삼박자가 들어맞아 어느 때보다 완벽한 12월 31일이었다.  


작년에는 4년 전 이야기를 꺼낸 둘째 덕분에 울다가 웃다가 감정의 파도를 넘나 들었다. 아이가 일곱 살 때 미국에 가서 큰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 엄마를 고생시켜서 미안하고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울컥한 나는 아이를 껴안으며 괜찮다고 다독였다. 우리 둘은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귀엽고 기특해서 갑자기 웃음이 터져 눈물과 콧물 범벅인 채 까르르 웃다가 껴안고 또 울다가. 한 해를 돌아보는 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 아이 덕분에 더 뜻깊은 마지막으로 기억된 날이다.  


검은 호랑이의 해, 2022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021년은 하얀 소의 해였는데 하얀 소와 검은 호랑이는 많은 것이 대비되는 동물이 아닐까 싶다. 우선 색깔부터 백과 흑이고 우직한 소와 동물의 왕인 호랑이는 각자 아우라를 강하게 풍긴다. 새해가 검은 호랑이의 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호랑이하면 거침없이 포효하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게다가 검은 호랑이라니! 두려우면서도 심장이 터질 만큼 설렌다. 올 한 해, 팬데믹으로 입은 타격을 지혜롭고 우직하게 극복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새해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새해 1월부터 뇌교육 전문 잡지[브레인]에 정규 칼럼을 쓰게 되었고 외부 강의와 칼럼 의뢰는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좋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남편의 실직과 수입 제로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1년 만에 오로지 내 힘으로 월수입 5배를 이뤄 낸 나에게 더 이상 거치적거릴 것은 없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 따르면,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22년 10대 키워드 두운을 "TIGER OR CAT"으로 잡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누구든 거침없이 포효하는 호랑이가 될 수도, 고양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 한 해, 365일 중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살아온 나는 호랑이의 꼬리라도 잡으려 한다. 이루기 힘든 새해 소망으로 가득했던 작년 마지막 날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더 키워내려는 올해 마지막 날이 하얀 소와 검은 호랑이의 기운처럼 온전히 다르다. 


외부 환경이 혼란스러울수록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할 일을 해나가야 단단해진다. 부정적인 에너지일수록 강력해서 쉽게 휩쓸릴 수밖에 없는데, 분위기에 휩쓸리면 상황 탓하기 바쁘고 핑계와 남 탓을 남발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지난 2년여 동안, 살면서 이토록 강력하게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은 적이 없었다. 어쩌면 인생 최대의 위기를 잘 극복했기에 2022년 새해에는 검은 호랑이처럼 거침없이 포효하려 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오늘 밤 우리 가족은 '감미새'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둘째가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이기도 하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첫째 역시 오늘을 기다렸을 터다. 두 녀석이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로 엄마를 울리고 웃길지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오늘 밤도 한 해를 기꺼이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검은 호랑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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