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캠 12-3: '청춘'이라는 키워드로 글쓰기
어릴 적 엄마가 화장하는 걸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세수를 마친 엄마는 거울 앞에 놓인 화장품 병을 하나씩 열어서 손에 톡톡 덜은 후 고운 얼굴에 펴 바른다. 뽀얀 피부가 더욱 하얘지고 반짝반짝 빛도 난다. 손놀림이 빨라질수록 눈두덩이, 볼, 입술 색이 화려하게 변하고 눈썹에는 잘 뻗은 갈매기가 자리한다. 아침마다 펼쳐지는 엄마의 마술쇼를 넋 잃고 바라보곤 했다.
한 가지 희한했던 건 얼굴에 로션을 바른 다음 항상 목과 손에 남은 로션을 슥슥 문지르는 거였다. 손에도 화장이 필요한 줄 알았는데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이 들어 건조한 손과 목에도 화장의 마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화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주름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을.
1남 4녀 중 막내인 나는 언니들이 '너도 결혼해봐' '너도 내 나이 돼봐'라고 할 때마다 속으로 비웃곤 했다. 나는 언니들과 다르니까 자식만을 위해 살지 않을 거고 예쁘고 곱게 나이 들 거라고 말이다. 역시 그 나이가 되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이 잘 먹는 음식을 고르고 내 것보다 아이들 옷과 신발 먼저 산다는 것을. 아무리 관리해도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다는 것을.
40대 중반인 지금,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다. 아마도 70대인 엄마와 비슷한 모습이겠지. 그리 놀러 다니는 걸 즐기고 사진도 많이 찍으시던 엄마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고개를 돌린다.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이 보기 싫으시단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며 어딜 가나 사진을 찍는 것도 청춘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인 걸까?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리고 탁월한 정신력을 뜻한다네
때로는 예순 살 노인이 스무 살 청년보다 더 청춘일 수 있다네
세월이 흐른다고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는 것이라네
세월은 피부에 주름을 새기지만
열정으로 채워진 마음을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네
감히 꿈꾸어 본다. 흰머리 성성해도 복근이 선명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두 눈에 열정 가득한 할머니를. 내 나이가 어때서? 하고 싶은 건 다 시도해보고 사방팔방 종횡무진 누비고 다닐 나의 노년을. 옆에는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과 미소로 날 귀엽게 바라봐 줄 영감이 있겠지.
*새벽 글쓰기 캠프 주제로 가볍게 써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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