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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쌤 Jan 19. 2024

이사와 사회복지사 1급 시험

전편

지난 토요일 새벽 일찍 대구행 KTX를 탔다.



작년 여름, 사회복지사 2급 현장실습을 받았다. 수년 전에 받았던 교육이 아깝기도 했고 동생과 함께 실습받을 기회가 자주 올 것 같지 않아서였다. 현장실습은 전문교육기관에서 5회 이상의 세미나와 함께 받게 된다. 여름에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 받은 실습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세미나 담당 교수님이 참 좋은 분이어서 사회복지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실습 후에는 1급 자격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그래서 실습 다녀온 직후, 가장 따끈따끈할 때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사회복지사 시험은 해마다 1월에 있다. 그래서 한 달 전인 12월 초에 접수를 하는데 시험장을 그 때 살고 있었던 대구로 지정했다. 남편 직장 이동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던 중이긴 했지만 당장 옮길 계획이 서있는 건 아니라서 말이다.


시험 준비를 위해 교재는 몇 개월 전에 사두고 한 달 반 정도의 일정으로 힘들게 공부하려고 계획을 세워놓기만 했다. 2개월 이상은 집중이 잘 안 되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미뤄둔 것이다. 드디어 12월이 되었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1 회독 정도를 끝낼 때쯤 지인의 추천으로 남편이 갑자기 직장을 포항으로 옮기게 되었다!


으악! 이사 준비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 상황! 다른 활동이라면 이사를 위해 포기했을 것 같은데 공부해 둔 것이 너무 아까웠다. 계산해보니 남은 시간에 빡빡하게 준비해 보면 시험 직전까지 3 회독 정도는 할 수 있을 듯 보였다.


단 하나의 문제는 이사날짜였다. 1월 13일(토)이 시험일인데 11일 목요일에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시험을 위해서라면 아주 더 일찍 옮기거나 13일 후에 이사하면 좋은데 직장 사택에 살고 있는 관계로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때부터 서서히 몸에 피곤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공부에, 살림에, 이사 준비까지... 평소 활동량의 3배를 사용하느라 찌뿌둥한 기분이 하루 종일 느껴졌다. 결국 독감이 유행하던 2주 전에는 갑자기 왼쪽 목이 부어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임파선이 부으면서 편도선까지 부은 것 같다고 한다. 수액을 맞고 돌아오니 짜증과 피곤함이 많이 가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편이 왼쪽 견갑골이 결리기 시작했고, 직장에서 그 상태로 무거운 짐을 옮기다가 목 아래 신경이 눌렸는지 팔까지 저리다고 하는 것이다.


나도 아픈데 남편도 아프고, 이삿날은 다가오고, 그와 함께 시험일도 다가오는 스트레스는 왼쪽 눈꺼풀 떨림으로 나타났다. 안과에서는 특별히 해줄 것이 없다며 충분히 휴식하고 카페인 섭취가 많다면 줄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사도 하고 시험도 치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떨리는 눈이 피곤함을 몰고 오는 중에 기출문제로 2 회독을 겨우 끝냈다. 그 와중에도 이사 가기 직전까지 남편과 나는 병원 투어를 했고 그 바람에 이사 당일까지 책 한 번 펴보지 못했다.


드디어 이사하는 날! 약속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한 이삿짐센터 팀은 빛의 속도로 짐을 싣고 계획보다 40분 일찍 살던 집을 떠나버렸다. 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정리하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오는데 황당함이 가득했다. 12월 중순부터 갑자기 몰아친 일들로 밀려 밀려 이사를 가는 느낌은 당황스러움 뿐이었다. 눈물이 핑 돌아 뚝 떨어질 때쯤 남편이 왼팔을 주무르며 괴로운 얼굴을 하는 게 보였다. 슬픔도 잠시 도로가에 차를 얼른 대라고 말하고 운전대를 내가 잡았다. 이사 하느라 무리한 건지 등과 팔이 계속 아픈 모양이었다. 불안과 염려 속에 엑셀을 밟았다.


포항에 도착해서도 이사를 돕는 직원들은 짐을 척척 쌓아놓고 슝 가버렸다. 나중에 보니 짐 안에 대구에 남겨두고 왔어야 할 몇 가지 항목이 발견되었다. 원래 살던 집은 월세였고 주인이 매우 깐깐했다. 물건을 정리하다 붙박이 장 안에 설치된 기구, 조리 도구 걸이에 있던 고리 등이 발견될 때마다 뜨악을 금치 못했다. 놓고 와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못한 것들은 묻지도 않고 다 가져오신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내일 대구 가는 길에 놓고 와야 맘이 편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한 달 전부터 가장 만끽하고 싶었던 바로 그 시간! 드디어 이사를 끝냈구나! 바닥에 깔아 둔 두꺼운 토퍼 안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너무 개운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는 곳 주변을 돌아보러 남편과 함께 걸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근처에 있는 번화가에서 식사도 하고 전입신고 후 돌아왔다. 희한하게 가뿐한 기분에 한껏 들떴다. 지나고 보니 눈떨림도 사라져 있고 부어있던 목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무척 건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바로 내일은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일! 으악!

2 회독을 끝낸 지 2주일이 넘었고,

3 회독은 하다 말아 70%나 남아있다!


나... 시험 보러 가? 말어?

(후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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