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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표탐구자 Dec 24. 2023

여기서 멈춰야 할 말을 제대로 합니다

욕심은 혼란만 초래하니

발표컨설팅을 한 번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번에 나눠서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후자다. 


나는 자연히 발표를 준비하는 사람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우선 나와의 연습 과정에서의 변화와 성과를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시간이 갈수록 서로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유는 바뀌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는 '추가'되기 때문이다. 


A는 특정 부서의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승진 심사 프레젠테이션이 마지막 관문이었다. 그는 발표자료도 심플하게 잘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내가 파악한 그의 발표자료는 텍스트가 적고, 주요 내용만 시각화한 형태로 발표 시 청중이 발표자의 '말'에 귀 기울 수밖에 없는 형태였다. 기본적인 판은 잘 짜놓았다고 할 수 있었다. 잘 정리된 스크립트만 있으면 준비의 90%는 되겠다 싶었다. 


그는 발표 대본, 스크립트의 초안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나는 우선 그와 스크립트의 문어체를 구어체로 정리하고, 발표 시 강조하면 좋을 멘트들을 구분 정리하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1차 작업을 마친 후 나는 그에게 혹시 추가할 내용이 있으면 그것부터 추가하고 스크립트를 마무리 짓자고 권했다. 물론 그는 내 조언을 수용했고 일부를 추가한 후 전체적인 스크립트 작성 작업을 완료했다.


그 시점에서 나는 고객에게 늘 같은 말을 한다. 


나중에 갑자기 뭔가를 더 추가하시면 내용이 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늘 나의 당부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무언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A도 그랬다. 발표시간까지 맞춰 놓은 스크립트를 발표 직전에 바꿨으니 좀 봐달라는 연락을 해왔다. 나야 일이니 봐주고 수정 작업을 함께 진행하지만, 그럴 때면 늘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발표 내용의 맥락이 달라지거나 내용의 중요 순위가 바뀌는 등 기존에 준비해 왔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사자야 하나라도 더 심사위원, 청중에게 어필하고 싶겠지만 사실 발표 직전에 떠올릴 정도의 생각이나 내용은 처음에 나름 여유를 가지고 여러 가지를 고민하며 준비했던 것들에 비해 딱히 뛰어난 내용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봐도 대부분 그랬다. 


나는 그게 결국 '긴장하고, 조급하고, 절박해서'라고 판단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안정을 더 추천한다. 앞서 차근히 준비해 왔던 것을 믿고, 그것들을 중심으로 반복 연습하는 게 훨씬 더 났다고 생각한다. 


그거 몇 마디 넣어서 근간을 흔들 바에야 준비한 대로만 잘할 생각을 가지길 빈다. 그래야 준비한 것의 90%라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실제 발표를 하며 생기는 여러 변수에 의해, 준비한 100%를 청중에 전달하는 것은 사실 아무도 못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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