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말고 전화하세요
C는 발표가 처음이다. 물론 컨설팅을 받는 것도 처음이었다. 다급했던 그는 다급한 일정에 나를 찾아왔다.
당장 내일이 발표인데 스크립트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여서 급하게 대본을 함께 작성했다. 그리고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C에게 궁금한 것이 생겼다. 발표 시 손을 '손을 어떻게 하느냐'였다. 빈손이면 괜찮을 텐데, 빈손이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선 C의 현실은 이랬다. 당연히 발표 대본을 다 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문가마냥(?) 프리스타일로 발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스크립트를 쓴 종이 등을 들거나 앞에 두고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실을 정리하고 보니 확실하게 확인할 것이 있었다. '발표자 앞에 대본을 놓아둘 단상 등이 있는가?', 'PPT의 장표는 누가 넘기나?', '리모컨(포인터 혹은 프리젠터)을 쓰는 것인가?' 등등. 미리 알아두어야 현장에서 당황하지 않을 것들이었다.
그런데 C는 앞선 질문들을 나에게 해 왔다. 순간 멍했지만, 처음이라 너무 당황했겠거니 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나는 발표 코칭을 할 뿐이고, 현장은 내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지금 바로, 전화해 보세요.'
C는 다행히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문의하는 걸 두려워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행사 주최 측에 전화를 했고, 원하는 답들을 얻었다.
가끔 당당자에게 확인만 하면 될 것들을 혼자서 상상하고 마음대로 준비하려는 사람들을 본다. 발표와 관련된 긴장되는 상황,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담 등이 순간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궁금하면 물어보길 바란다. 담당자는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원하는 답을 모두 다 얻지 못해도 그들과의 소통 자체가 발표 현장에서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원하면, 구하고, 구하면, 얻으리라. 전화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