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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빠 Jun 20. 2024

이 정도면 현상수배 중인 우리 아이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저희 아이는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해요. 동영상도 마찬가지고요. 

어릴 때 그런 기미가 있어서 그냥 핸드폰을 뻇고 싶은 건 줄 알았어요. 

아니면 화면이 보고 싶은 건가 해서 셀카모드로도 찍으려고 했고요.

그런데 그냥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요. 심하게요.

어디 예쁜데 놀러 가도 절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해요. 엄마랑 같이 찍자 그래도 싫대요.

놀이공원에서 본인이 그렇게 좋아하던 캐릭터 인형탈이랑도 찍기 싫다고 난리나리 쳐서 겨우 찍은 사진은 어찌나 억지로 찍는 표정인지 어디 올리지도 못해요.

유치원 단체 행사 때도 사진 찍지 말라고 울고 불고 해서 제가 못 찍은 건 물론이고 단체 사진도 안 찍겠다고 울고불고해서 혼자 빠졌어요.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예나 현상수배 중이니까 사진 함부로 찍으면 안 돼 그러네요. 

사진 공포증 같은 게 있는 걸까요? 왜 이러는 걸까요?

저는 예쁜 아이 모습을 많이 담고 싶은데 너무 속상합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아이의 소중한 모습인데 눈물이 나요.




아이가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이유를 나눠볼까요?

사진 찍는 행위 자체를 싫어하는 것인지 사진 찍고 난 후의 그 결과물이 싫은 것인지 구분이 되어야 합니다.

전자의 경우라면 뭔가 자신에게 집중이 되는 것을 싫어해서일 가능성이 높아요. 사진 찍는 동안 지나치게 다들 본인을 바라본다고 생각해서 그 경험 자체를 하기 싫은 것이지요. 혹시 아이가 평소에 조금 내성적이거나 소극적인 성격이 있다면 이럴 가능성이 커요.

후자의 경우라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그런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일 가능성이 높아요. 내 모습이 예쁘고 못났고를 떠나서 스스로를 보는 게 부끄럽고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그런 활동을 차단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아이가 긍정적인 자기상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억지로 뭔가 더 하려고 하면 더 큰 반발을 불러오지요.

부모님이 해주셔야 할 것은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네가 원할 때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을 단순하게 알려주시는 겁니다. 그걸 못 찍어서 아쉬운 부모님의 마음이 전달되기보다는 '네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수용해 주시는 거예요. 

이런 아이들은 타인의 시선을 매우 신경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마 아빠의 시선에서 나의 이러한 부분이 '문제'로 느껴지면 더욱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예쁜 모습을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수 있지만 조금만 인내를 가지시고 아이 스스로 포즈를 취할 수 있는 그날까지 강요보다는 격려와 기다림으로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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