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에게 자주 학교 이야기를 듣는 편 입니다.
저녁 시간마다 조잘조잘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자면 하루의 피곤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데요.
얼마 전부터 고민이 생겼어요.
최근에 친해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다른 친구가 저희 아이에게 화를 많이 낸다고 합니다. 저희 아이가 뭘 잘못했거나 실수한게 아니라 놀이처럼 화를 내는 것 같아요.
제가 그 둘이랑 놀지 말라고 하니 놀기 싫다 그랬다가 또 친구들이 화내면 어쩌냐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어요.
얼마전에는 같이 놀다가 저희 아이한테 계단 뛰어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라고 기합 같은 것도 줬더라고요.
그러다 수업 시간에 늦어서 선생님한테 혼도 났고요.
엄마로서 너무 화나고 당장이라도 그 친구들과 부모를 만나고 싶지만 저희 아이를 먼저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이미 좀 걱정이 되었던게 아이가 심성이 약해요. 누가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면 바로 주눅드는 모습을 보여요. 어릴 때 제가 무표정하게만 있어도 눈치를 보던 아이였거든요.
어떻게 해줘야할까요?
아이는 기질 요인 중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이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이의 경우, 정서적 감수성이 풍부하고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타인의 칭찬과 승인, 인정, 비판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지요. 관계에 있어 장점을 많이 가졌지만 한편으로 아이는 관계 안에서 자신의 원하는 바를 표현하지 못한다거나, 하기 싫어도 거절하지 못한다거나 말씀하신 것처럼 친구들이 화내면 어떻게 하나, 선생님이 야단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모습으로 속상하고 답답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이를 키우실 때 도움이 되실 만한 부분을 말씀드릴게요.
먼저 아이가 어떤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잘 듣고 그때 느꼈을 감정에 대해서는 공감해주시고, 정리된 말로 돌려주세요.
아이 감정에 대해 동조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닌, "너는 그때 그렇게 느꼈구나" 하는 공감을 해주시면 되어요.
"친구들과 교실에 늦게 들어왔다고 선생님이 야단치셨을 때는 억울했겠다. 혹은 당황스러웠겠다" 하고 그때 느꼈을 아이의 감정에 대해 정리된 언어로 돌려주시면 좋아요. 그것을 통해서, 아이는 다양한 감정에 맞는 표현을 배우게 되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 아이가 인지하는 상황이나 감정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시면 좋아요.
부모님의 표정을 살피며 눈치를 본다는 사례에서 보듯 아이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감정적인 자극들을 보다 크게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간혹 친구들끼리 놀다가 흥분하면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행동이 과격해 지는 경우에도 화가 났다거나, 무서웠다거나 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이 말만 들어보면 우리 아이를 무섭게 하고 괴롭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도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는 나쁜 상황이 아닐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의 말만 듣고 단정지어 생각하시기 보다는 앞 뒤 상황이나, 오갔던 대화 내용, 그때의 상대의 말투 등을 좀 더 자세히 탐색해 보시면 좋아요.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아이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봐 주세요.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이들은 자기의 욕구나 감정, 의사표현을 하기 어려워 해요. 그래서 부모님이 먼저 나서서 해결해 주시려 하거나,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지"하며 야단을 치시는 경우들이 생겨요. 그러나 이 부분은 하루 아침에 되지 않아요. 그리고 부모님의 해결 방식이 아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닐 수 있어요.
그렇기에 "너는 그때 어떻게 하고 싶었어?" 하고 물어봐 주세요. 그러면 처음에는 자신의 마음을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가 차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길 원하는 지 생각할 힘을 기를 수 있어요. 그래야 이후에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연습할 수 있게 되겠지요.
이렇게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생각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 점차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부모님이 곁에 계시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답니다.
더불어 선택과 거절을 가정에서부터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이에게 어떤 상황을 듣다 보면, "놀기 싫다고 이야기 하지 그랬어. 넌 다른 것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지" 라고 이야기 하기 쉬운데, 이런 선택과 거절의 표현은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되지 않아요. 그렇기에 가정에서 평소에 아이의 마음이나 의견을 물어봐주시는 것이 필요해요.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이 중에서는 뭐가 마음에 들어? 오늘은 어떤 걸 먹고 싶어?" 와 같이 아이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는 가벼운 상황에서 자주 물어봐주시면, 점차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되지요. 처음에는 망설이고, 대답하기 어려워할 수 있어요. 그럴때는 선택지를 줄여서 고르도록 해주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계속해서 일상 생활에서 거절해도 괜찮구나, 그 정도는 다른 사람에게 표현해도 괜찮구나 하는 것을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금 엄마가 잠깐 시간 되는데, 밖에 산책 갈래? 가고 싶지 않으면 거절해도 괜찮아" 하고 아이가 정말 거절해도 괜찮은 상황을 두고 가볍게 연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좋습니다.
선택하고 거절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시라고 해서 일상의 모든 부분을 아이의 선택에 맡긴다거나 거절해도 된다고 허용해 주시라는 의미가 아니라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빠르고 효과적인 역할 놀이를 통해서 연습할 수도 있어요.
초등학생이나 되었는데 역할놀이를 하냐고 물으실 수 있지만, 특히나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이들은 역할 놀이를 좋아해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놀이나, 거절의 표현, 강한 힘의 표현등을 놀이를 통해서 해보고 연습하고,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이가 원한다면, 역할 놀이를 통해서 비슷한 상황을 놀이로 표현해보거나, 친구들과 해보고 싶었던 놀이를 해보시면 좋아요.
무엇보다 아이는 경험의 축적이 필요해요.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경험하다 보면, 아이는 점점 더 단단해 지고, 자신이 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과정에 필요한 부분을 가정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