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다른 부분은 잘 맞는 편이에요.
문제는 경제 관념입니다. 남편은 제가 알지 못하는 예전의 일로 인해 무조건 지금에 충실하고 지금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저축이나 재테크보다는 현재 즐거울 수 있는 일에 돈을 쓰자는 스타일이에요.
핫한 레스토랑은 가봐야하고 일년에 두번은 해외 여행을 가고 선물 같은 것도 잘 하고 그렇게 하고 싶어해요.
저는 그래도 미래에 대비해야한다는 스타일이에요. 저축은 물론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고 미래를 위해 지금 조금은 희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매번 어떤 활동을 하거나 지출을 할때 남편과 갈등이 있어요.
지금 우리 사정에 여행을 가는게 맞냐 안 맞냐.
굳이 비싼 돈 주고 저런 음식을 먹는게 맞냐 안 맞냐.
돈 쓸때마다 이렇게 싸우니까 지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인생의 반려자로 제일 잘 맞아야하는 부분이 안 맞아서 때로는 두렵기도 해요.
제가 남편을 이해해야 하나요?
지금 느끼시는 갈등은 단순히 "돈 쓰는 습관의 차이"라기보다는, 삶을 대하는 방식, 가치관의 충돌에 가까워요. 한 사람은 ‘지금의 행복’을 우선하고, 다른 한 사람은 ‘미래의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당연히 지출의 방향도 달라지고 매번 결정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게 되죠. 그리고 그게 반복되다 보면, “우리가 정말 같이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깊은 두려움으로 이어지는 것도 정말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이 갈등이 꼭 누군가가 틀렸기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서로의 과거와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해야 풀리는 문제일 수 있어요. 남편이 ‘지금을 즐기자’는 태도를 갖게 된 데는, 사연자분이 아직 모르는 삶의 상처나 결핍, 혹은 트라우마처럼 무게감 있는 경험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미래는 믿을 수 없다’거나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는 식의 결론에 이르게 된 걸 수도 있죠. 그런 사람에게 “그 돈을 아껴야 해”라는 말은 단순한 재정 조언이 아니라, 때론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요.
반대로 사연자분이 미래를 준비하고 아끼려는 마음 역시 아주 건강하고 현실적인 태도예요. 지금만 보고 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가족을 위한 책임감에서 나오는 생각이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도 아니고, 누가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도 아니에요. 중요한 건 두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중간 지점을 찾는 노력이에요.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건 ‘우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싸움의 소재로 삼지 않고, 대화의 주제로 옮기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여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당신이 여행을 얼마나 즐기는지 알고 있어. 나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런데 우리 가정의 전체 재정을 함께 보고, 어떻게 하면 여행도 즐기고 미래도 준비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보면 어떨까?”처럼 이야기해보는 거예요.
갈등을 피하려 하지 말고, 함께 계획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보는 것이 중요해요.
실제 부부 상담에서도 재정 갈등은 가장 빈번한 주제 중 하나인데, 효과적인 접근은 대개 ‘공동 예산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에요. 예컨대 가계 예산에서 "월 고정 저축액", "생활비", "자유 소비" 항목을 명확히 나누고, 각자의 자유 지출도 허용하는 구조를 만드는 거예요. 남편이 여행이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을 때, 그걸 ‘가족 전체를 위협하는 지출’로 느끼지 않고, 허용된 자유 영역 내에서 책임감 있게 소비할 수 있다면 갈등이 훨씬 줄어들 수 있어요.
사연자분이 지금 질문한 “제가 남편을 이해해야 하나요?”라는 말 속에는 사실 “내가 너무 참아야만 이 관계가 유지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이해란 반드시 ‘내가 희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해는 서로를 좀 더 깊이 알고, 함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감정의 다리예요. 사연자분이 남편을 이해하려고 애쓴 만큼, 남편도 당신의 불안과 현실적인 감각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지금 느끼는 두려움은 당연하고, 또 필요한 감정이에요. 왜냐하면 그 두려움이 있어야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자각이 생기니까요. 이걸 그냥 "내가 참아야지"로 덮지 말고, 이제는 함께 다루어야 할 시기예요. 그리고 그 시작은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서로의 ‘마음의 출발점’을 함께 들여다보는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충분히 해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