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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빠 May 07. 2024

너도 이제 인사하지 마

*상담사례를 각색했습니다


5살 아이를 둔 엄마의 사연입니다.



아파트 내 어린이 집이 있어서 항상 하원할 때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저희 아이는 항상 정리도 하고 선생님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하느라 가장 늦게 나오는 편이에요.

그렇게 가장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을 나오며 항상 같은 친구와 나오더라고요.


헤어지기 전에 저희 아이는 항상 정말 반갑게 그 친구에게 인사를 해요.

그런데 그 친구는 단 한 번도 인사를 하지 않고 휙 가버리더라고요.


한 번은 동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저희 아이는 신나서 손 흔들고 난리가 났는데 그 친구는 스마트폰만 보며 아는 체도 안 하더라고요.


괜히 우리 아이를 싫어하나 생각도 들고 제 아이가 무시받나 싶어서 화도 났어요.


아이에게 너도 인사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 제 마음. 나쁜 걸까요?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 아이도 엄마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마음 쓰지 않고 씩씩하게 반가운 표현을 하는 아이에게 먼저 잘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어른들의 세계에서 인사를 안 받는 것은 대부분 의도적인 무시인 경우죠.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좀 다릅니다. 아이의 타고난 특성으로 인해 유독 낯을 가리고 인사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어린이집 내에서는 잘 지내다가도 막상 인사를 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혹은 외부에서 갑자기 만나는 상황이 오면 반가운 표시를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못 본 척을 하거나 엄마 뒤로 숨거나 심지어 어떤 아이는 자는 척을 하기도 합니다.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유독 귀여운 아이가 있어서 눈인사를 했는데 엄마 뒤로 숨는 모습 많이 보셨죠? 그것과 유사한 심리예요.

속으로는 인사를 하고 싶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아직 여린 친구인 거지요.


우리도 길에서 우연찮게 지인을 만나거나 할 때 가끔은 못 본 척 가고 싶거나 인사가 선뜻 나오지 않지만 사회화가 되었기 때문에 억지로 몇 마디라도 하고 어색하지 않은 척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아이들은 아직 그 정도로 성장하기 않았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게다가 인사를 잘 못하고 수줍은 아이는 상대 가정의 아이이기 때문에 그쪽 부모님들의 이슈이고 점차 연습을 시킬 의무가 있는 것이기에 따로 신경을 안 쓰셔도 됩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는 이제 인사를 안 하면 되는 걸까요?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는 본인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기에 막지 말고 응원해 주시는 것이 맞아요. 다만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나의 감점과 타인의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면 좋습니다. 엄마의 말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는 기회가 되는 것이죠.


"친구가 00이 인사를 안 받아줬네? 00이 기분은 어때?"

"친구가 아직 어색하고 부끄러운가 봐. 그런 친구들이 있을 수 있어. 00 이를 싫어하는 건 아냐"

"그래도 00 이는 씩씩하게 인사 잘했어!"


다만 친구의 행동이 유독 우리 아이에게만 하는 것이라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어린이집 내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문제가 있다면 선생님께 적극 도움을 요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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