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보드게임 : 주마가편
응당 지루하게 생겼던 고등학교 때 한문 선생님은 포효하는 사자처럼 사자성어를 가장 재미있는 방식으로 설명해 주신 덕에, 한문 아니라 한글 맞춤법도 곧잘 틀리던 이과생들의 이목을 날마다 잡아끄셨다.
스토리텔링으로 전하던 사자성어 중 뇌리에 움찔하게 남아있는 게 있다면 주마가편(走馬加鞭)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무시무시한 사자성어. 아 왜? 잘하고 있는 애를 왜 때려? 아 왜?? 반박하고 싶었지만 반박하지 않았던 이유는 수능이 코앞인 내가 ‘말’의 입장까지 대변할 처지는 아니었으니까.
한참이 흘러서야 주마가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수강생을 만나는 일을 해오다 보니 왜 잘하는 애들을 더 때리는지 냉큼 그 속내가 헤아려지기도 했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지만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더 잘하게 돕고 싶고 응원하고 싶고 심지어 오지랖을 과용하여 고쳐 쓰고 싶기까지 한 욕망이 솟곤 했는데 아마도 전국의 수많은 선생님들의 마음 아니었을까. 차마 때리지는 못해도 채찍을 공중에서 휘두르며 망나니 느낌으로 춤이라도 춰 잘하는 사람의 정신을 초롱하게 만들고 싶은 그 마음이 주마가편이었던 게다.
부모!
모든 부모를 신성시하게 바라보지는 못하겠다. 모든 사람에게 연륜에 해당하는 지혜가 뒤따르는 게 아니듯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 ‘어른’이 되었단 말은 차마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부모로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한껏 열려 있다. 특히, 부모로서, 가족으로서의 가치를 짐작하며 사는 이들에겐 망나니의 채찍춤을 보여주고도 싶다.
잘하고 있다고.
미안하지만, 더 잘할 수 있겠냐고?
진심 어린 응원을 말하고 싶다.
약간 가혹하고 많이 오지랖인 걸 알면서도
당신이 부모로서 성장한다면 그 이후의 행복은 당신 몫이기 때문에 주제넘게 참견해보고 싶다. 주마가편을 이해한 선생님의 마음으로.
가족과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이 세상 가장 값진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많은 부모가 이 말에 동의하고 실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 www.youtube.com/@loveon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