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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빈틈
Dec 10. 2024
엄마, 진실게임 하자!
딸과 데이트 3 : 진실
"엄마, 진실게임 하자!"
가위바위보!
아, 졌다.
그 질문만은 피하고 싶은데...
식사
후
아이는
카페 구석구석
을 한참
돌아다
녔
다.
바깥 정원 산책까지 마치고 테이블로 돌아온 아이가
갑자기 진실게임을 제안했다.
심심하니 엄마랑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나 보다.
원래 진실게임이
란 자고로
모닥불 아래
술병 몇 개를 깔아 두고
시작해야 하거늘
멀쩡한 대낮에 사람 붐비는 주말 오후 카페에서
아이와 진실게임이라니...
이왕 데이트 나왔으니 "너 하고 싶은 것
다 해~~!"
라는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들였다.
"
가위바위보"를 거듭해 갈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쏟아냈다.
아니, 궁금한 것을 만들었다.
서로의 하루에
치여
해야
할 일을 묻는 것이
내가 아이에게 궁금한
전부였
다.
그런데 정작 나는 아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부모라서 내가 내 아이를 가장 잘 안다는 말을
내 입으로 하기에는 위선처럼 느껴졌다.
요즘 네가 좋아하는 것은 뭐야?
좋았다가
싫어하게 된 것이 있니?
학교에서 제일 재미
있
는
일은 뭐야?
엄마가 해준 요리 중에 진짜 맛없는 3개 뽑아봐!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그날 처음 느낀 것 같다.
아이도 거침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눈을 위로 치켜뜨며 여러 개의 질문 중
가장 궁금한 것을 고르느라 고심하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엄마는 아빠 말고 다른 남자도 사귀어봤어?
엄마는 나랑 동생 중에 누가 좋아
?
엄마는 뭐 할 때가 제일 재미있어?
엄마는 꿈이 뭐야?
시시콜콜 떠들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아이가 던진 질문에 멈칫했다.
"
엄마 우리
때문에 힘든 적 있어
"
이 일을 어쩌나.
아무리 진실게임이라지만
차마 입을 떼기 어려웠다.
그 질문만은 참아주지.
아이 앞에서 어른스럽지 못하게
힘들다 투정 부린 것은 아니었는지 부끄러웠다.
그래도 대답은 정성스레 그리고 거짓 없이 하는 것이
진실게임의 제1 원칙이기에...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근데 또 한 편으로 돌아보면
엄마가 너희 때문에 힘들다고 했던 것들이
엄마 자신의 감정이나 체력을 조절하지 못해서,
그래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
"음... 그래도 꼭 하나만 말해본다면?
힘든 적 있었어?"
"사실... 최근에 한 번 있었어.
네가 엄마랑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엄마는 그 말이 얼마나 서운하고 마음 아프던지...
네가 그 말하고 돌아서서 방으로 가는데 화가 나더라."
"미안해, 엄마."
"근데 네가 방으로 간 사이 아빠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문득 네가 요즘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걸 엄마가 잘 못 알아준 것 같아서 많이 서운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아빠가 엄마 이야기 잘 들어줘서
엄마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어."
"어쩜. 아빠는 엄마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네?
우리 아빠 진짜 멋있다!!"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는 결혼 잘한 것 같아."
따르릉따르릉.
우리 남편도 양반은 못된다.
귀가 간지러웠는지 딱 이 타이밍에 맞춰 전화가 왔다.
"어디야? 내가 당신 있는 데로 갈게.
같이 다이소 쇼핑이나 할까?"
"그래, 나도 OO이랑 데이트 끝났어."
백화점 명품 쇼핑도 아니고 다이소 쇼핑인데
남편의 전화가 이렇게 반가울 일인가.
아마도 그날의 일을 회상하며 나도 모르게
남편이 보고 싶어 졌는지도 모른다.
곧
막내와 목욕을 마친 남편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딸은 그 잠깐을 못 봐도 보고 싶었던 동생에게
좀 전에 사둔 빵 디저트를 선물했다.
그리고 아빠 손을 꼭 잡은 채 데이트 썰을 풀기 시작했다.
아들의 손을 잡고 뒤따라 가는데 아들이 나에게
귀를 가까이 대보라고 손짓했다.
"엄마, 아까 아빠랑 둘이 있을 때는
아빠랑 이야기 많이 해서 좋았는데
누나 만나니까 아빠가 누나랑만 이야기해서 질투나."
"그래? 그럼 우리 가끔 이렇게 남자 대 여자로 나눠서
데이트하는 시간을 좀 가져볼까?"
"좋아!"
이 정도면 우리들의 첫 데이트는
성공이라고 해도 되겠지?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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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육아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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