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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Dec 11. 2024

엄마, 삿포로 가자!

삿포로에서 우리가 배운 것들


잠자리 독서 때 유독 역사책을 많이 골라온 막내는

일본에 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그랬던 아이가 작년과 올 겨울에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 했다.

일본 안의 다른 지역은 어떨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들과 우리의 역사에 의문을 가졌다.


"엄마, 일본 사람들은 남한테 피해주기를

그렇게 싫어하는 민족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 괴롭힌 걸까?"


여행에서 얻는 배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두 차례 일본 여행을 다녀왔지만

특히 이번 삿포로 여행에서는 배울 점이 더 많았다.

패키지 투어임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님의 설명과 다른 가족팀을 동반하면서

남다른 좋은 경험을 얻게 되었다.



1. 건강,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모녀 한 팀이 있었다.

나이가 80대쯤 되어 보이는 어르신을

딸이 모시고 온 것이다.

한겨울 삿포로는 온통 눈과 얼음 투성이었다.

젊은 사람들보단 힘에 부치셨겠지만

조심조심 모든 코스를 빠지지 않고 다니셨다.


"어르신, 진짜 진짜 잘 오셨어요!

건강 잘 챙기시고 따님이랑 더 많이 보고 다니세요."


함께 다니던 다른 분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나이 먹고 멀리 떠나기 겁났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네요."


쑥스럽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씀하시던 할머니 모습이

아직도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난다.


"엄마, 저 할머니가 제일 나이 많아 보여."

"그렇지? 엄마는 너희 할머니도 저 나이 되도록

같이 여행 다녔으면 좋겠어.

그만큼 건하시단 뜻이니까."


건강했기에 멀리 타국까지 갈 용기도 얻으셨으리라.

할머니의 씩씩한 걸음이 더 멀리까지 나갔으면 좋겠다.



2. 배워야 산다.

가이드님은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자신의 개인사와 세계사를 촘촘히 엮어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로 채워주셨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타국의 기술을 배워

더 발전한 나라가 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와 더불어 가이드님의 친정아버지는

평생 이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사셨다고 한다.

배워야 산다

그러다 보니 들 교육에도 적용하셨는데

 덕분에 자기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 하셨다.


그 말을 듣던 막내가 철없는 질문을 툭 뱉었다.


"가이드님, 돈 많아요?"

"그럼~! 나 돈 많아! 근데 쓸 시간이 없어.

너무 좋지 않니?

내가 배운 것들로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모을 수도 있잖아!

나, 진짜 돈 많아!"



3. 돈과 시간이 주는 선물.

패키지여행을 오신 분들 모두 여행을 위해

알뜰살뜰 모아 어렵게 시간을 내어 온 것이다.

돈과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주는 달콤한 여행.

일 년에 한 번 떠날까 말까 하는 이 순간을 위해

우리는 또다시 돈과 시간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4. 지금 이 순간에도 피땀 흘리는 누군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 발권을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뜻밖의 무리를 마주쳤다.

바로 국가대표 혹은 이를 준비하는

동계 스포츠 선수들이었다.

스키 가방과 유니폼 겉옷에 "team Korea"가

세겨져 있었다.

나는 여기 쉬러 왔지만 그들은 전지훈련을 위해

삿포로를 방문한 것.

'이쯤이면 좀 쉬어도 되겠지.' 했는데

누군가는 지금도 피땀 흘려 자신을 채찍질 중이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비행기 창 밖으로 멀어지는 삿포로를 보았다.

그곳은 여전히 하얗고 추웠다.

그 춥고 눈보라 치는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아간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 탓하지 않고

그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매일 해내는 사람들. 그들이 이곳, 삿포로에 살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3박 4일의 여행으로 보고 들은 모든 것은

백 날 읽었던 책 보다 더 굵고 진하게

아이들에게 스며들었다.



"엄마, 4일 내내 공부 안 하다가 내일 다시

학교 가려니까 좀 걱정돼."

"무슨 소리야? 네가 공부를 안 했다니?

넌 4일 내내 공부 열심히 했는데, 몰랐어?"

매일 버스 맨 앞자리에서 눈 말똥말똥 뜨고

가이드님 말씀 열심히 듣고 대답했지,

직접 현장에 가서 두 눈으로 봤지.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공부라고 하겠니?"

"아싸! 나 그럼 밀린 문제집 안 해도 된다!"

"근데 아직 안 한 게 하나 남았어.

바로... 체험학습보고서 쓰기!

일본여행 복습이라 생각하고 주말에 복기하는 거야!"

"으아!!! 글쓰기라니!!!"


욘석들아, 엄마도 같이 쓸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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