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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있잖아요
아빠, 운동하지 마세요!
항상 아빠가 보고픈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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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
Dec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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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아빠 왔다~~~~!"
"우와~~ 아빠다~~~~!"
(10분 뒤)
"얘들아, 아빠 운동 다녀올게."
"힝, 아빠 운동 안 가면 안 돼?"
우리 부부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
바로 "체력이 없으면 육아가 힘들다"는 점.
PT까지 받기 부담스러웠던 나는
올초부터 아파트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남편은?
"헬스장 등록해도 내가 싫으면
안 간다."
딱 남편의 운동철학이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아참, "반어법"이라고 혹시 다들 아시는지...?
그런 남편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캠핑이었다.
캠핑 장비의 세계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넓고 무거웠다.
텐트 자체 무게도 30Kg이 넘는 데다가
갖가지 장비를 여러 번 나르다 보면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겨울 스키.
적당한 때를 봐서 아이들에게 스키를 탈 기회를 줘야겠다 생각했다.
아이들은 스키가 처음이라 우선 강습부터 등록했다.
아내가 어련히 알아서 하려니 맡겼던 남편은
현장에서 강습비 결제 때 입을 딱 벌리고
얼어버렸다.
"뭐가 이렇게 비싸?"
"처음에 강습할 땐 다 이 정도 해.
괜히 어설프게 하다 다칠 바에 돈 좀 주더라도 제대로 배우게 해야지."
"내년에도 애들 강습할 거야?"
"애들이 좋아하면 2년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내년에도
강습비를 결제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는지
남편이 먼저 선수 치듯 말했다.
"내년엔 강습 안 해도 될 것 같아.
내가 애들이랑 같이 타면 되지."
"에이~! 스키 타는 게 쉬운 줄 알아?
하루만 타도 내일 근육통 때문에 곡소리 나는 거
뻔히 알면서
그러네."
"아냐! 내가 데리고
탈 테니까
내년에는 강습하지 마!"
"좋아. 그럼 자기도 내년 스키시즌 전에 준비 좀 해."
그렇게 남편은 거들떠보지 않던 운동을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운동한 날에 각자의 하트 반 쪽을 그려주자고.
서로 얼마나 운동했는지 직관적으로 알게 되니
서로 독려하기도 하고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우리는 12월 달력까지 채우는 중이다.
아이들은 아빠 속도 모르고 징징거리기 바쁘다.
"퇴근하자마자 운동 가면 어떻게 해!
우리랑 놀아주지도 않고...
나는 아빠 많이 보고 싶었단 말이야!"
"아빠도 물론 너희 보고 싶었지~!
그런데 아빠는 우리 식구들 더 건강히 오래 보고 싶어.
우리 캠핑 다니고 스키 탈 때 장비 번쩍번쩍 들려면
아빠 근육 많이 키워야 해!"
"...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럼 나 잠들기 전에는 꼭 들어와야 해. 알았지?"
"그래. 그동안 우리 OO이도 숙제 다 해놓고!"
나는 스키강습료를 결제하는 날 이석삼조를 얻었다.
첫째로 아이들이 스키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쌓았다.
둘째는 그 강습료가 아까워 남편이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더 잘 놀아주고 싶어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게 되었다.
훗! 꽤 가성비가 좋은 강습료였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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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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