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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Dec 18. 2024

부인과 검진 가는 날

나를 돌보는 일


아이가 하기 싫은 숙제를 미루듯

나에게도 12월 말이 다 되어 가도록

아직 하지 않은 일이 있다.


바로 건강검진.

그중에 치과검진 보다도 더 싫은

부. 인. 과. 검. 진.


아, 가기 싫다.




일 년에 한 번 가는 건강검진.

365일 중 하루 가는 거쯤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좀 귀. . 다.

아니, 적어도 젊었을 땐 그랬다.

삼시세끼 중 한 끼라도 거르면 큰일 나는 줄 아는 편이다.

그 귀한 한 끼를 건강검진 때문에 포기해야 하다니.

주린 배를 안고 이른 아침 병원을 찾았다.

배는 고픈데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검진받으려니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 낳고 10년.

이제는 건강검진이 무섭다.

여기저기 고장 나는 것이 느지니

검진을 받으면서도 무슨 문제 있을까 노심초사.

마치 일 년간 몸 관리를 제대로 했나

시험 보러 온 수험생이 따로 없었다.


아무튼 이런 검진들 중 제일 싫은,

치과보다 더 싫은 것은 부. 인. 과. 검. 진.

남자들은 매년 그곳을 검진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부터 시작해서

매년 자궁경부암 검진과 자궁 초음파 검진을 해야 한다.

여성질환이 많은 요즘 챙기는 것이 당연하지만

무섭고 아프고 하기 싫은 것도 사실.


혼자 병원 가기가 무섭고 싫어서

꼭 친정엄마자 여동생을 데리고 갔었다.

지금도 혼자 병원을 가는 일이 무섭지만

나만 검진받으면 될 일을 굳이 시간을 쪼개어 같이

가야 하는 당신들은 무슨 죄인가 싶어 혼자 길을 나섰다.

무엇보다 올해만큼은 좀 더 어른스러워지고 싶었다.

 

진료 전 대기실에서 최대한 태연한 척 앉았다.

여러 사람 앉아 있었지만 대부분 혼자였다.

'그래, 나 아니면 누가 나를 여기 병원까지 데리고 오겠어. 잘했다, 나야.'


검진을 받는 것도 나를 돌보는 일이라면 일.

올해만큼은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나름 건강식단도 지키려 노력했다.

그래, 여전히 무섭지만 조금은 이 일에 덤덤해지기로 했다.

매년 생일을 기쁜 마음으로 챙기듯

오늘 나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감사한 날로 여겨야지.


다음 주 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에 따라

내년 건강을 돌볼 방법을 모색해 봐야겠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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