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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Nov 12. 2024

캠핑을 결심하기까지

캠핑의 매력 1


깊어가는 가을에 취해서

미처 겨울이 오고 있음을 보지 못했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매년 캠핑을 가겠다던 약속을 지켜야 했다.

입동 직가 돼서야 1시간 거리의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에서 간단한 저녁을 즐기고

모닥불을 피워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는 낭만.

누구나 꿈꾸는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좀 다르다.

힘들여 텐트를 치고 밥을 해 먹는 것보다

준비된 숙소에차려 준 밥 먹는 일이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부부였다


그만큼 우리 부부가 캠핑을 결심하고 실제로 캠핑을 다니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처음으로 캠핑을 경험하게 된 것은

첫째 아이 친구네의 초대캠이었다.

(캠핑장으로 초대하거나 받는 것을 전문 용어로 초대캠이라고 하더라.)

낮에는 캠핑장 내의 놀거리 또는 자연을 즐기고

밤에는 노란 전구불 아래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삼겹살을 구웠다.

머릿속으로 그려본 광경을 실제로 겪어보

"효율과 가성비" 따위는 뒷전이 되었다.

타닥!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소리에

우리네 웃음꽃도 함께 피었다.

마음이 몽글몽글졌다.

그 순간이 나는 행복했다.

아니, 우리 행복했다.


아이들은 입을 모아 그날을 추억하다 일기를 썼다.

남편도 초대캠 이후 캠핑을 다니는 회사동료들의 이야기를 종종 전해주었다.

나중에는 아예 대놓고 브랜드별 텐트와 장비의

기능, 디자인, 가격 등을 영상으로 찾아보았다.

캠핑 동호회 카페까지 전전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먼저 캠핑을 하자고

선뜻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그 많은 짐을 집에 보관하기도 어려웠을뿐더러

일반 승용차에 싣고 다니기는 더욱 불가능해 보였다.

캠핑을 하겠다고 넓은 평수의 집으로 이사를 갈 수도,

한두 푼도 아닌 몇 천을 오가는 차를 바꿀 수도 없었다.

현실을 너무 잘 아는 우리 부부는 캠핑을

'그림의 떡'인 양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초등생 아이들이 있는 지금이

자연을 벗 삼아 캠핑을 즐기기 가장 좋을 때였다.

중등만 돼도 학업에 치여 함께 여행 다니기가

어렵다는 선배맘의 조언을 종종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휴대폰 넘어 캠핑 장비를 보며 손가락 빨고 있는

남편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여보, 우리 캠핑 시작할까?"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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