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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Nov 05. 2024

엄마, 나 T야? F야?

우리 아이 첫 MBTI 수업


하교하고 돌아온 아이가 다짜고짜 묻는다.


"엄마, 나 T야? F야?"


얼마 전 아이가 쓴 독후감이 떠올랐다.

알코올중독 아버지를 둔 또래 여자아이에게

쓰는 편지글이었다.

글에서 아이의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아이는 주인공에게 건네는 위로 한 문장에

주인공에게 좋을 만한 대처법에 대해 열 문장을

늘어놓았다.


'넌 그냥 T야.'




얼마 전 MBTI 중 J vs. P로 글을 썼다.


https://brunch.co.kr/@binteum/69


이번에는 또 다른 MBTI 유형.

T vs. F의 차이는 무얼까.

T형은 사실에 관심이 많고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판단한다.

F형은 사람과 관계에 관심이 많고

주관적이상황을 참고로 설명과 판단을 한다.


결혼 전 나는 T였다.

상대방에게 눈에 보이는 성과를 주는 것은

몇 마디 어설픈 위로보다 확실한 해결책이라 믿었다.

사실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T이기를 선택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상황은 역전되었다.

굳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아니더라도

그저 나의 처지를 공감해 주는 단 한 마디가 간절했다.

결국 그 해결책을 실행할 수 있는 의지도

진심 어린 위로 뒤에 나오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 마디 두 마디 따뜻한 말이 쌓여갈수록

어설픈 위로 결국 나를 공감하려 하는데서

시작했음을 오히려 감사히 여겼다.


그때부터일까.

나도 어설픈 해결책을 주기보다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주고 싶었다.

T의 천성을 타고난지라 F경력이 쌓이려면 멀었지만

연습시간을 거치 점점 인간미를 갖춰갔다.


어떤 T지는 상대방의 상황에 맞춰

그날의 내가 고르는 것이다.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다면

우선 토닥이고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아무리 해결책을 줘도 지금으로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영 갈피를 못 잡고 불안해하면

한두 가지의 해결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만의 루션을 찾도록 도움을 줘도 좋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진정이 되고 있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근데 내 친구들 나 F래."

"아, 그래? 뭣 때문에?"

"내 친구가 '나 우울해서 빵 샀어...'라고 말했는데

내가 '뭐 때문에 우울했어?'라고 대답했거든."

"아~! 넌 친구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말을 했구나."

"근데 T가 좋아? 아님 F가 좋아?"

"좋고 나쁜 건 없어.

F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응원을 해준다면

T는 실질적은 해결방안을 주니까.

엄마라면 두 성격 다 탐나는데?"

"그렇구나. 근데 난 친절한 내 성격도 좋아!"

"물론 우리 딸 성격 너~~~ 무 좋지!

그럼 T는 어떻게 반응한데?"


그때 옆에서 막내가 끼어들었다.


"근데 우울한데 왜 빵을 사?"


갑자기 먹지도 않은 고구마가 목에 걸린다.

남편과 대화할 때의 기분이랄까.

뱃속에서 나와 둘이 이렇게 다르다니...

제발 나에게 "공감" 사이다 한 모금만...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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