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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Nov 04. 2024

엄마, 언제까지 걸어야 해요?

목표를 알고 걷는 길 vs. 모르고 걷는 길


오늘도 차를 버렸다.


언제 뚫릴지 모르는 찻길 한가운데 있자니

급한 성격이 주체를 못 하고 드러났다.

거리가 얼마정도 되는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보지도 않고 몸이 먼저 차 밖으로 나가있다.


영문도 모르고 무작정 내려서

걷기 시작한 아이들은

이내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어김없이  묻기 시작했다.


"엄마, 언제까지 걸어야 해요?




최근 아이들과 여행길에서 몇 번 반복되는 일이었다.

가족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마음이 다 같은지

우리가 가는 곳마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가을날 선선한 날씨와 함께 지역축제가

곳곳에서 열리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사람이 많은 곳을 잘 찾지 않는 우리 부부로서는

요즘 아이들과의 이런 일들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맛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남편은

아이들이 원하는 무엇을 위해 함께 줄을 선다.

그것이 푸드트럭 앞이든 체험 대기줄이든 말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데다 저질체력 나 또한

덜덜 떠는 아이에게 옷을 벗어 덮어주고

다리가 아프다면 업어주기도 한다.

이제 30Kg이 넘어가는 아이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안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걸어야 하는지.

그것이 갈만 한 거리인지 아니면 힘에 좀 부치는지.

이 정도 줄이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어른의 경험치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하고 막막할지

내 안의 아이 입장이 되어 이해해 본다.


언젠가 아이들과 안개 낀 거리를 걸어

아침식사가 준비된 식당으로 걷고 있었다.

엄마가 걷자는 말에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 걷던 아이들은 안개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물었다.


금방 도착하는 곳임을 알고 있었지만

안개 때문에 시야가 가리니

나조차도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얘들아, 엄마가 지도로 보여줄게.

1Km 정도인데 이 속도로 걸으면

15분 정도면 충분해!

너희 등굣길에 걷는 거리랑 비슷하지?"


그제야 안심하고 줄 맞춰 걷는 아이들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나에게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목표를 모르고 가는 길은 불안하고 힘들 수밖에 없다.

육아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20년이라는 정해진 기간이 있다.

20년이라는 시간 끝에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사실 나도 구체적인 목표는 잘 알 수 없다.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매번 바뀌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나와 남편의 건강, 그리고 아이들의 독립.


이제 20년의 반이 지난 올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나만의 지도를 살피며 중간점검하고 가야겠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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