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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Oct 30. 2024

엄마, 핼러윈이 뭐예요?

엄마표 영어 하는 집은 핼러윈을 어떻게 보낼까


10월 말이 다가오면서

집 근처 영어학원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문이며 벽이며 호박 마녀 유령 좀비 모형하나 둘 붙어있다.


으스스한 이 거리를 지나면

유치원생 꼬맹이 시절 아이가

나에게 했던 질문이 떠오른다.


"엄마, 핼러윈이 뭐예요?"




구글검색 <영어학원 할로윈 이벤트>


검색만 해도 벌써 전국 각지 영어학원이

핼러윈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영어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일찍이 이런 문화에 익숙하겠지만

우리 집 사정은 다르다.


사실 핼러윈을 글로 배웠다.

정확히는 그림책을 통해 처음 마주했다.

영어 그림책 속 괴물과 호박 그리고 마녀를 가리키며

그 나라에는 이런 것들을 입고 다니면서

사탕을 받는 날이 있노라 일러주었다.


아이들이 다닌 유치원은 핼러윈 파티 대신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 감기 등

절기를 챙기는 곳이었기 때문에

외국 축제를 즐길만한 곳은 더더욱 없었다.

의상을 사도 입고 갈 곳이 없어 고민하다가

집에서 해줄 수 있는 간단한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 반응은 뜨거웠다.

모자란 칼 솜씨로 팬케이크 위에

사과조각을 얹어 괴물을 만들어주니

졸린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온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음 10월, 시어머니께서

자그마한 늙은 호박을 주셨다.

손이 근질근질했다.

호박 머리를 자르고 속을 파내어 눈코입을 만들었다.

촛불을 안에 넣지 않아도 낮시간 집으로 들어오는

자연광 덕분에 잭 오 랜턴을 만들 수 있었다.


큰 맘먹고 귤 한 상자를 사 왔다.

먹으려고 산 것이 아니라 핼러윈 놀이를 하려고 샀다.

호박 대신 귤에 잭 오 랜턴처럼 꾸미기 시작했다.

보드게임을 하며 귤 따먹기 놀이도 했다.

 

어김없이 핼러윈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다행히 엄마표 영어를 하는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모두 우리 집과 사정이 비슷하리라.

과자와 사탕, 포장지를 사서

아이들 머릿수에 여분의 선물 꾸러미를 포장했다.

핼러윈에 걸맞은 괴물 그림책 몇 권을 챙겼다.

말이 괴물책이지, 알록달록 예쁘기만 하다.


올해도 우리 나름의 추억을 쌓으며 핼러윈을 보냈.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한 첫 핼러윈 파티였던지라

아이들 마음속에 더욱 특별하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각자 아이만의 속도대로 영어책을 읽고 있는

우리를 응원하며...



TRICK OR TREAT?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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