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엄마 있잖아요
실행
신고
라이킷
18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빈틈
Oct 25. 2024
엄마, 학교 안 가도 돼요?
최소한의 성실함
평일 아침
등교시간,
아이들은 책가방 대신 짐 가방을 하나씩 들었다.
나도 큰 캐리어를 질질 끌고
좁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남편도 출근 대신 우리와 함께
했
다.
우리 가족
은
오늘
"땡땡이
"
쳤다.
*땡땡이 :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하여 게으름을 피우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아이들의 교육은 비단
학교 책상에 앉아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아이들 눈앞에 칠판 대신 너른 세상이 펼쳐질 때
더 큰 배움이 있다는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휴가철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요즘이다.
불쾌지수 최상의
여름 더위,
혹한 겨울 추위를 피해
날 좋은
봄가을
가족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어딜 가도, 뭘 해도 좋을 날씨 아닌가.
샌드위치 휴일
이
있을 때면
임시공휴일
지정
을
기대하기도 한다.
제사가 서서히 사라지는 요즘은
명절 문화를 즐기는 대신
가족들과 멀리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학기 중에도
아이들이
가족들과 다양한 체험을 하며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게끔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린 것은 아니다.
워킹맘 시절, 나와 남편의 휴가일을 맞추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일이 바쁜 시즌에
차이가 있
기
도 했지만
무엇보다
집
구석
침대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이들 유치원 다닐 시절도 아플 때 빼곤
거의 빠진 적이 없을 정도이다.
간간히 빠지는 친구들
은
코로나로 아파서
나오지 않는다고
생
각하는 듯했다.
그렇게
'유치원은 꼭 가야 하는 곳'
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 같았다.
3년의 성실한 유치원 생활 끝에
학교로 입학한 아이들은
"
어쩌다 성실함"을 몸에 장착했다.
퇴사를 하고 난
후
에야
초등생 두 아이를 데리고 한 번씩 주로 금요일에 교외체험학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첫 반응은 의외였다.
"학교 안 가도 돼요?"
뛸 듯이 기뻐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약간의 불안함이 섞인 의아함을 내비쳤다.
아, 설명이 필요하구나.
아이들을 앉혔다.
"물론 학교는 빠져선 안 돼.
하지만 너희가 좋은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선생님께 여쭤보니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알려주시지 뭐니. 너무 잘됐고 감사한 일이야."
그제야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별다른
능력 없는 내가
부모로서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실함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
너에겐
빠짐없이 매일 가
야 할 곳이 있단다
.'
라는 것이었다.
그 성실함 뒤에 따라오는 것은
배움의 기회 앞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차창 밖으로 등교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은근한 쾌감을 느끼는 아이들.
"엄마, 학교 안 가고 놀러 가니까 좋다!"
"그렇지? 근데 너희 친구들은 오늘도 학교 가서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고 오잖아.
너희는 더 큰 배움의 기회를 얻었으니
스스로 배울 것을 찾고 감사하게 여겨야 돼
,
알았지?"
"네!"
"대답했으니 오늘 밤에 배운 점
꼭 일기로 쓰고 자야 한다~~!"
"아~~~ 싫은데!!"
아직 배움의 길은 멀고도 험한 가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keyword
체험학습
휴가
학교
빈틈
소속
사브작북클럽
직업
에세이스트
이 곳이 부디 누군가에게 '나'를 찾는 쉼터가 되기를.
구독자
200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영화 보러 가요!
엄마, 핼러윈이 뭐예요?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