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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Oct 25. 2024

엄마, 학교 안 가도 돼요?

최소한의 성실함


평일 아침 등교시간,

아이들은 책가방 대신 짐 가방을 하나씩 들었다.

나도 큰 캐리어를 질질 끌고

좁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남편도 출근 대신 우리와 함께 다.


우리 가족오늘 "땡땡이"쳤다.


*땡땡이 :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하여 게으름을 피우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아이들의 교육은 비단

학교 책상에 앉아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아이들 눈앞에 칠판 대신 너른 세상이 펼쳐질 때

더 큰 배움이 있다는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휴가철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요즘이다.

불쾌지수 최상의 여름 더위,

혹한 겨울 추위를 피해

날 좋은 봄가을 가족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어딜 가도, 뭘 해도 좋을 날씨 아닌가.


샌드위치 휴일 있을 때면

임시공휴일 지정 기대하기도 한다.

제사가 서서히 사라지는 요즘은

명절 문화를 즐기는 대신

가족들과 멀리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학기 중에도

아이들이 가족들과 다양한 체험을 하며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게끔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린 것은 아니다.

워킹맘 시절, 나와 남편의 휴가일을 맞추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일이 바쁜 시즌에 차이가 있도 했지만

무엇보다 구석 침대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이들 유치원 다닐 시절도 아플 때 빼곤

거의 빠진 적이 없을 정도이다.

간간히 빠지는 친구들 코로나로 아파서

나오지 않는다고 각하는 듯했다.

그렇게 '유치원은 꼭 가야 하는 곳'

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 같았다.


3년의 성실한 유치원 생활 끝에

학교로 입학한 아이들은

"어쩌다 성실함"을 몸에 장착했다.



퇴사를 하고 난 에야

초등생 두 아이를 데리고 한 번씩 주로 금요일에 교외체험학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첫 반응은 의외였다.

"학교 안 가도 돼요?"

뛸 듯이 기뻐할  알았지만

오히려 약간의 불안함이 섞인 의아함을 내비쳤다.


아, 설명이 필요하구나.

아이들을 앉혔다.

"물론 학교는 빠져선 안 돼.

하지만 너희가 좋은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선생님께 여쭤보니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알려주시지 뭐니. 너무 잘됐고 감사한 일이야."

그제야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별다른 능력 없는 내가 부모로서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실함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너에겐 빠짐없이 매일 가야 할 곳이 있단다.'

라는 것이었다.

그 성실함 뒤에 따라오는 것은

배움의 기회 앞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차창 밖으로 등교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은근한 쾌감을 느끼는 아이들.


"엄마, 학교 안 가고 놀러 가니까 좋다!"

"그렇지? 근데 너희 친구들은 오늘도 학교 가서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고 오잖아.

너희는 더 큰 배움의 기회를 얻었으니

스스로 배울 것을 찾고 감사하게 여겨야 돼, 알았지?"

"네!"

"대답했으니 오늘 밤에 배운 점 꼭 일기로 쓰고 자야 한다~~!"

"아~~~ 싫은데!!"



아직 배움의 길은 멀고도 험한 가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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