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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Nov 21. 2024

엄마랑 잘 안 맞는 것 같아

너와 나의 톱니1


“엄마랑 잘 안 맞는 것 같아.”


순간 정신이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잘 안 맞는 엄마와 앞으로 1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이 아이는 그간 얼마나 괴로울까.




첫째 딸은 나와 판박이라고 했다.

연년생 둘째를 임신하고 갓난쟁이 첫째

어디 데리고 다니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병원이다 마트다 한 번씩 데리고 나가거나

집 앞 산책이라도 하는 날에는

어른들이 한 마디씩 했었다.


"아기가 엄마를 꼭 닮았네~!"


열 달을 내 안에서 키워낸 보람을 느낀 걸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냥 좋았다.

아이 존재만으로 내 딸이라는 것이 증명될 수 있다니.



아이가 자랄수록 친정엄마도 한 번씩 말씀하셨다.


"어쩜 너 어렸을 때랑 하는 짓이 똑같니?"


외모도 성향도 비슷한 내 딸.

그래서 우린 둘도 없는 천생연분이라고

이렇게 잘 맞는 모녀는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아이는 엄연히 다른 인격체  하지

아이의 생각이나 행동이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이미 단정 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이 오만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아이의 그 한 마디로 깨달았다.


마음 깊이 상처를 받았다.

너 원래 그런 딸 아니잖아.

나랑 외모도 성격도 비슷한 내 딸이잖아.

10년을 나와 살면서 살부비며 목욕도 하고

그림책도 읽고 꼭 끌어안고 밤 수다를 떨던

너는 내 딸이잖아.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이런 생각조차 구차했다.

아이는 내 표정을 읽기도 힘들었는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퇴근해서 냉랭한 분위기를 느낀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남편은 이제 내년이면 고학년이 되니

학원을 갈 때도 됐다고 했다.

괜히 서로 스트레스받고 관계만 나빠진다

집에서 붙들고 공부시키지 말자 했다.

예체능 정리하고 국영수학원으로 바꾸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답일까?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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