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단한 톱니에 아직 온전한 성격을 갖추기 전인 아이의 몰랑한 쇳덩이가 맞춰준 것은 아닐까.
그러니 어제의 분란은
이제 내년이면 고학년을 바라보는 딸아이가
점점 자신만의 톱니를 다듬고 굳히는 중이라는 신호라고 보면 되겠다.
내가 꼭 붙잡고 있던 아이의 열 손가락 중에
한두 개는 놓아줄 때가 된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우리의 톱니를 좀 맞춰볼까?
"엄마는 오늘 너의 행동이 평소에 투정 부리는 것과는 좀 달랐다고 생각해. 엄마도 요즘 너와 책상 앞에서 많이 부딪히고 무엇보다 엄마 마음이 많이 조급해지는 걸 느꼈거든. 그러면서 엄마가 너를 많이 다그쳤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너는 어때?"
"... 엄마가 내가 공부하면서 힘들어하는 걸 몰라주는 것 같아서 서운했어."
"그랬구나... 엄마는 한다고 했는데 엄마 마음이 조급하니 진심으로 이해해주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 미안해. 이건 진심이야."
"그리고 엄마, 나 엄마 칭찬받고 싶어!"
"그럼~~. 엄마는 네가 내 딸인 게 너무너무 자랑스러운걸. 몰랐어? 못 느꼈어? 이것도 진심이야!"
"그래도... 칭찬 더 많이 받고 싶단 말이야!"
"그래그래, 엄마가 우리 딸 힘든 것도 많이 이해해 주고 칭찬도 많이 해줄게. 우리 공주도 엄마하고 약속해 줘. 무조건 "싫어", "귀찮아", "몰라"가 아니라 엄마가 제안하는 건 몇 번은 해보고 네가 불편한 점을 이야기해 줘. 엄마는 너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 번 해보자고 하는 거거든... 무슨 말인지 알지?"
"근데 진짜 힘들단 말이야..."
"알지 알지~ 그러니까 혼자 말고 같이 하잖아. 우리는 '원팀'이잖아. 엄마는 네가 혼자 오르기 힘든 산을 함께 가는 온전한 너의 편이잖아. 해야 하는 일은 피하지 말고 같이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