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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Nov 22. 2024

엄마, 나 칭찬받고 싶어

너와 나의 톱니2


"이가 잘 맞."

똑같은 모양의 톱니가 아니라

모양이 다른 두 톱니다 들어가고 나온 부분이 

맞물려 돌아갈 때 하는 말이다.


사람의 성격에 톱니를 비유해 보면 어떨까.

선천적 성격을 자라온 환경이 빚어내면서

사람마다 다른 톱니의 모양 갖추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아이는 여태껏

이가 잘 맞아 돌아갔던 것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아이와 내가 여태껏 별 탈없이 잘 지내왔던 건

어쩌면 아이의 톱니가 아직 쇳물 정도로 물렁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단단한 톱니에 아직 온전한 성격을 갖추기 전인 아이 몰랑한 쇳덩이가 맞춰준 것은 아닐까.

그러니 어제의 분란은

이제 내년이면 고학년을 바라보는 딸아이

점점 자신만의 톱니를 다듬고 굳히 중이라는 신호라고 보면 되겠다.


내가 꼭 붙잡고 있던 아이의 열 손가락 중에

한두 개는 놓아줄 때가 된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우리의 톱니를 좀 맞춰볼까?




"엄마는 오늘 너의 행동이 평소에 투정 부리는 것과는 좀 달랐다고 생각해. 엄마도 요즘 너와 책상 앞에서 많이 부딪히고 무엇보다 엄마 마음이 많이 조급해지는 걸 느꼈거든. 그러면서 엄마가 너를 많이 다그쳤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너는 어때?"

"... 엄마가 내가 공부하면서 힘들어하는 걸 몰라주는 것 같아서 서운했어."

"그랬구나... 엄마는 한다고 했는데 엄마 마음이 조급하니 진심으로 이해해주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 미안해. 이건 진심이야."

"그리고 엄마, 나 엄마 칭찬받고 싶어!"

"그럼~~. 엄마는 네가 내 딸인 게 너무너무 자랑스러운걸. 몰랐어? 못 느꼈어? 이것도 진심이야!"

"그래도... 칭찬 더 많이 받고 싶단 말이야!"

"그래그래, 엄마가 우리 딸 힘든 것도 많이 이해해 주고 칭찬도 많이 해줄게. 우리 공주도 엄마하고 약속해 줘. 무조건 "싫어", "귀찮아", "몰라"가 아니라 엄마가 제안하는 건 몇 번은 해보고 네가 불편한 점을 이야기해 줘. 엄마는 너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 번 해보자고 하는 거거든... 무슨 말인지 알지?"

"근데 진짜 힘들단 말이야..."

"알지 알지~ 그러니까 혼자 말고 같이 하잖아. 우리는 '원팀'이잖아. 엄마는 네가 혼자 오르기 힘든 산을 함께 가는 온전한 너의 편이잖아. 해야 하는 일은 피하지 말고 같이 해보자."

"... 알았어. 나도 한 번 해볼게. 엄마랑 이왕 하는 건데 즐겁게 해 볼게."

"고마워. 우리 딸 진짜 고마워."



톱니 처음부터 맞을 리 없다.

돌리고 돌리다 보면 어느새 서로의 이가

맞아 들어가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일은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사람의 성격도 다르지 않다. 

모양도 크기도 다르지만 대화를 통해

조율에 조율을 거듭하다 보면

명 서로 맞아 들어가는 구석이 생긴다.



아이를 눕히고 잘 자라는 말을 전했다.

오늘의 대화로 아이의 마음이 조금 풀렸길

그래서 조금이라도 편히 잘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불을 끄기 전 이 말만은 꼭 남기고 싶었다.


"딸, 엄마는 너에게 항상 진심이었어.

네가 화를 내든 웃든, 잘하든 못하든

그냥 너는 내 딸이니까 뭘 해도 진심이었어.

잘 자."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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