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향기를 따라서...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867~1954)
- 플라타너스 향기를 따라서...
“죠슈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맞지?” 어제 끝난 ‘보테니컬 아트전’의 마지막 작품을 벽면에서 내리고 있는 죠슈아의 등을 바라보며 제인이 말을 건넨다. 뒤를 돌아보자 컵 홀더에 마티스의 드로잉 주인공인 한 여성이 매혹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다. 순간 그녀의 손에 아직 들려 있는 액자 안 식물의 형태를 다시 살펴보니, 마티스의 <Le Buisson-플라타너스, 1951> 이미지가 떠올랐고 죠슈아의 머릿속에는 방스(Vence)의 로사리오 성당으로 도착해 있었다.
예배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노랑 초록 파랑의 잎사귀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찬란한 빛들이 양 옆으로 쏟아져 그동안 힘들고 지쳤던 죠슈아의 마음을 온화하게 보듬어 준다. 심신이 지칠 때 그녀가 이 예배당을 자주 찾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리라. 죠슈아는 이 곳을 찾을 때마다 마티스가 정한 예배당의 주제인 요한 계시록 22장 2절이 저절로 상기되곤 한다.
‘그 강은 넓은 길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 좌우에는 12가지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달마다 열매를 맺고 그 잎사귀들은 만국 백성을 치료하는 약이 됩니다’
마티스를 간호해주며 종이 오리기를 도왔던 모니크 부주아의 우정의 힘으로 완성해 낸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잎사귀들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이 시기에 완성한 <Le Buisson, 1951>의 플라타너스 향기가 바람을 타고 죠슈아를 다시 갤러리 안으로 데려다준다.
“죠슈아~ 지금 내 이야기 듣고 있는 거지?” 옆에서 제인이 죠슈아의 어깨를 톡톡 치면서 묻는다. “그럼요~ 그런데 제인! 마티스가 피카소에게 ‘언젠가 우리 둘 중에 한 사람이 죽는다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잃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하던데, 그 둘은 정말이지 최고의 경쟁자이자 동료였던 것 같아요.” 그러자 제인이 말한다. “맞아~ 세상을 떠나기 전 3여 년에 걸쳐 생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예술작업인 로사리오 성당 준공식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85세의 나이에 마티스가 눈을 감았을 때 피카소의 상실감과 공허함은 짐작이 되네.”
참고서적 이소영, 《미술에게 말을 걸다》, 카시오페아 / 김원일, 《김원일의 피카소》, 이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