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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Mar 04. 2024

죽은 친구와 택시 타는 꿈

그렇게도 안 나타나더니...

꿈에서 난 대학생이었나 보다. 대학교 3학년, 스물셋 친구와 영영 헤어지던 딱 그 시점이었을까.

대충대충 허둥지둥 대는 내 성미에 맞게 수강신청 된 오늘 시간표가 이게 맞나 수업 시간에 못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던 상황이었다.


그때 등장한 내 친구 백은정.

스물다섯 영영 떠날 때 모습보단 살짝 나이 든 모습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이 택시를 잡아탔다.

나는 친구한테 "나 코끼리 베이글 가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며, 불친절+어리버리했던 기사님께 주소를 또박또박 불러드렸다.


반갑다 이런 표현은 딱히 안 했는데 친구랑 나란히 앉아있는 게 그저 좋았던 것 같다.

이때까진 친구가 죽었다는 생각을 못하고 이것저것 리포터처럼 물어보기 바빴다.


"미국 교환학생 갔을 때 어땠어? 다시 한국 돌아올 땐 어땠어? 그때 만났다던 그 오빠는 다시 만났어?"

폭풍 질문에, 친구는 "미국은 그냥 엄마한테 미국물 좀 먹어야 할 것 같다고 거짓말하고 간 거야."라고 말했고, 그 썸을 탔던 훈남 오빠와는 두 번 더 만났다고 했다. 친구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났다.


금방 사라질 것 같았는지 빨리 할 말을 다 해야겠다고 불도저처럼 대화를 이어가다가 친구에게 말했다.

"그때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던 날, 내가 너희 엄마보다 더 슬퍼하고 더 울어서 너무 미안해. 아무리 그랬어도 어머니 앞에서는 참았어야 하는데 두고두고 민망하고 미안했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던 그 순간, 

'아 이게 꿈이고... 친구는 죽은 거구나."라는 절망적인 깨달음이 들었다. 


그리곤 속절없이 흐느끼며 울었다. 아마 신랑이 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울고 또 울다 잠에서 깨니 젖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죽음, 장례. 이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던 스물셋.

애써 슬픔을 참는 친구 어머니 앞에서 너무 울어서 못내 죄송했던 기억. 


너무 생생한 꿈에 괜히 부질없이 친구랑 택시 타는 꿈해몽을 찾아보았다.


죽은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고인이 당신의 인생 여정에서 당신을 돕고 지원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이 꿈은 당신이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혼자가 아니며 당신을 인도하고 보호하는 숨겨진 힘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줄 수 있습니다.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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