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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Mar 06. 2024

벤치프레스하다 깔린다는 말 비유법인 줄 알았잖아요

크로스핏의 깨달음엔 끝이 없네

크로스핏을 1년 가까이 다니면서 잘은 못하지만 그래도 아예 안 해 본 종목은 거의 없었다.


진짜 사나이 느낌으로 로프 잡고 올라가는 것도 해보고,

피지컬 100 느낌으로 슬레드 밀기도 해 봤다.


그런데 뜻밖에 벤치프레스는 오늘 크로스핏 박스에서 처음 해봤다.

개인 PT 받을 땐 흔하게 했던건데, 크로스핏 와드로 나온건 처음 봤다.

(내가 결석한 날 나왔을 수는 있다.)

좀처럼 와드에서 보기 힘들었던 벤치프레스

코치님이 와드 전에 벤치프레스 하는 방법을 설명하며,

혹시 파트너가 깔려 죽을 것 같으면 살짝 잡아주는 따뜻함 마음을 베풀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때까진 회원들 사이에서 나도 같이 웃었다.

‘아이 참 코치님이 유-우머가 있으시넹.’



그리고 시작된 와드.


로잉머신을 나름 가뿐하게 타고 벤치 위에 누워서 벤치프레스를 시작했다.

15개가 한 세트였는데 연속으로 5개를 하려던 찰나, 바벨이 올라가지 않았다.


누운자세로 힘껏 들어올려 렉에 걸어야 하는데 바위처럼 꿈쩍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쿵쿵 대는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고 있고 다들 각자 운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도와주세요!! 여기 사람이 바벨에 깔렸어요!! “라고 외칠 수도 없었다.

잠시 굉장히 당황했지만,

다행히 나의 수행 무게 자체가 높지 않아서 여기 깔려도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꿈쩍않는 바벨을 몸 위로 굴려서 추하게 빠져나올 궁리를 해보고 있던 차에,


매일 출석하는 우등생 여회원이 놀란 얼굴로 나에게 다가와서 바벨을 들어주었다.

남자였으면 반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헉 감사합니다. 진짜 딱 깔려 죽겠다 싶을 때 구해주셨어요!!”라고 주책을 떨었다.


나름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늘 부족한 회원인 나.


바벨에 깔려 죽는다는 말도 그냥 호들갑스러운 비유법인 줄 알았다.

때밀다 수챗구멍 막히겠네, 호떡집에 불나겠네 이런 류의 비유법.


그런데 수많은 회원 중에 그게 실화라는 걸 굳이 몸소 증명해 냈다.


‘아 그래서 코치님이 개수를 꼭 나눠서 하라고 한 거였구나... 안 그러면 깔리다는 말 농담 아니었구나... “

나는 직접 당해봐야 깨닫는구나...(한심)


그래도 뭐

나름 운동 영역에서 하루 더 발전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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